옳다고 믿었지만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것
최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사용하는 카카오톡이 큰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15년 만의 대규모 업데이트"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달고 등장했지만, 결과는 사용자들의 싸늘한 반응이었습니다. '친구' 탭은 복잡한 소셜 미디어 피드가 되었고, '지금' 탭은 불필요한 숏폼 콘텐츠로 채워졌습니다. 대다수의 사용자는 "메신저 앱이 왜 SNS가 되어야 하냐"며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변화를 주도한 기획자는 자신의 신념이 옳다고 믿으며, 이 개편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그는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시장의 흐름과 젊은 세대의 소통 방식을 연구해 최적의 방향을 제시했는데, 왜 사람들이 몰라줄까?' 이 기획자의 확신은 결코 개인의 오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오늘날 많은 사람이 빠지기 쉬운 함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글은 그 기획자의 입장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심리적 함정들을 들여다보고, 우리 삶의 방향성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는 아마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을 것입니다. 밤을 새워가며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신 트렌드를 연구했을 것입니다. 그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이번 업데이트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열심히'와 '잘하는 것'의 근본적인 차이를 깨달아야 합니다. 그는 '열심히'라는 과정에 몰두한 나머지, '잘하는 것', 즉 '사용자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본질을 놓쳤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노력의 부족이 아니라, 방향 설정의 문제입니다. 내가 옳다고 믿고 열심히 한 일이, 실제로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늘 경계해야 합니다. 특히 개발이나 예술 분야처럼 창의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이러한 착각이 더욱 쉽게 발생합니다. "나는 멋진 작품을 만들었는데 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가?"라는 생각은 결국 '내가 하는 노력이 곧 정답'이라는 착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심리적 현상을 우리는 '통제 착각'과 '확증 편향'이라는 용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 기획자는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혁신을 시도하면, 사용자들은 결국 적응하고 만족할 것'이라는 일종의 통제 착각에 빠졌을 수 있습니다. 즉, 사용자의 심리적 저항이나 시장의 불확실성 같은 통제 불가능한 변수들을 간과하고, 자신의 노력만으로 모든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나아가, 자신의 확신을 뒷받침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확증 편향에 갇혔을 가능성도 큽니다. 그는 분명 '슈퍼앱' 전략의 성공 사례나 MZ세대의 숏폼 소비 패턴 같은 데이터를 중요하게 여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카카오톡은 본질적으로 소통을 위한 메신저여야 한다"는 수많은 사용자의 목소리는 외면했을 것입니다. 그 결과는 모두가 보았듯이, 유례없는 혹평과 사용자 이탈이라는 쓰라린 현실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한 회사의 제품 실패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삶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가 열심히 준비한 기획안이, 오랜 시간 공들인 프로젝트가, 혹은 정성껏 쌓아 올린 경력이 사회나 타인에게 외면받을 때, 우리는 종종 "왜 내 노력을 몰라주는가"라는 좌절에 빠지곤 합니다. 그때 우리는 카카오톡 기획자의 사례를 떠올려야 합니다. 과연 나의 노력이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었는지, 내 확신이 타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합니다. 나의 유능성에 대한 확신과 타인과의 관계성에 대한 욕구가 엇박자를 낼 때, 그 간극에서 우리는 깊은 심리적 좌절을 경험합니다. 나의 노력이 세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내가 만든 것이 정말로 세상이 원하는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겸손함이 필요합니다. 그 질문만이 우리가 헛된 노력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진정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길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