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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것도 보물로 만드는 힘

낯선 생명체가 한국인의 밥상에 오르기까지

by 김형범

세상에는 겉모습만 보고는 그 진가를 알 수 없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특히 음식의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어떤 생명체는 흉측하다는 이유로, 혹은 낯설다는 이유로 외면받고 버려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노력이 더해지면, 그 버려진 존재가 가장 귀한 보물로 거듭나기도 합니다. 오늘 이야기할 '개소겡'이 바로 그런 존재입니다. 중국에서 '괴상한 외모의 에일리언'이라 불리며 버림받았던 이 생명체가, 한국에 와서는 최고의 별미로 재탄생한 기적 같은 이야기입니다.


갯벌에 사는 망둑어과 물고기인 개소겡은 얇고 긴 몸에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고 있어 그 모습이 결코 호감을 주지 않습니다. 펄 속에서 꿈틀거리는 모습은 마치 낯선 외계 생명체를 연상시킵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이런 괴상한 비주얼 때문에 복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라 여겨지며, 먹는 음식으로조차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웬만한 것은 다 먹는다는 중국에서도 끝내 이 물고기를 조리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 사료로 쓰거나 아예 폐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철저히 외면받은 존재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낯선 생명체는 바다를 건너 한국으로 왔고, 이곳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맞이합니다. 바로 음식에 진심인 한국인들을 만난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괴상한 외모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이 개소겡을 어떻게 먹을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오랜 연구와 시행착오 끝에, 그들은 개소겡을 손질하고 꾸덕꾸덕하게 말려 먹는 방법을 개발해냈습니다. 이 과정은 마치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던 원석을 보석으로 다듬는 과정과 같았습니다. 완전히 말려 딱딱하게 굳은 개소겡을 그대로 먹을 수는 없었기에, 한국인들은 그 위에 망치질을 해 부드럽게 만드는 독특한 조리법까지 만들어냈습니다. 딱딱했던 몸이 망치질로 부드러워지며 고유의 감칠맛을 뿜어냈고, 그렇게 '대갱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전통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img_20240908151832_8441f4ce.png 말린 대갱이

대갱이는 짭짤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인 별미가 되어 이제는 없어서 못 먹을 귀한 음식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버려진 것을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고유의 음식 문화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특히 이 대갱이는 국제 슬로푸드 협회의 '맛의 방주'에 등재되며, 소멸 위기에 처한 식재료와 음식 문화를 보존해야 할 가치 있는 유산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외모 때문에 버려졌던 생명체가 전 세계가 보존해야 할 소중한 존재가 된 것입니다. 이 소식을 접한 해외의 한 관계자는 한국인들의 이러한 노력을 보며 "한국은 버려진 것도 보물로 만든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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