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루어질지니'와 '원숭이 손'이 들려주는 소원비는 기술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가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램프에서 나온 정령 '지니'가 우연히 인간과 엮여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흥미로운 설정 때문이죠. 드라마는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꽤나 흥미롭습니다. 바로 소원을 빌 때의 ‘디테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드라마를 보며 '나에게도 저런 지니가 있다면' 하고 즐거운 상상을 하셨을 텐데, 드라마가 보여주는 소원의 대가를 보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을 것입니다.
드라마 속에는 여러 등장인물이 지니에게 소원을 빌고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한 은행원 조연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지니에게 '큰돈'을 원한다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이나 목적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많은 돈만 바랐을 뿐이었죠. 그 결과, 지니의 능력으로 그에게 정말 큰돈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돈은 불법적인 비리로 얼룩진 것이었고, 돈을 얻은 은행원은 곧바로 그 비리에 연루되어 감옥에 갈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소원은 이루어졌지만, 돈을 얻는 동시에 자유와 명예를 잃는 씁쓸한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지니는 그저 소원 그대로를 이뤄주었을 뿐인데, 결과는 예상 밖이었죠.
이처럼 소원을 빌었다가 낭패를 보는 이야기는 사실 매우 오래된 고전에서 시작됩니다. 바로 1902년에 발표된 영국의 유명한 단편 소설, '원숭이 손(The Monkey's Paw)'입니다. 이 소설은 소원을 세 가지 들어주는 마법의 원숭이 손을 얻게 된 한 가족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룹니다. 주인공인 화이트 씨 가족은 이 마법의 손을 얻고 처음에는 농담처럼 "200파운드"를 달라고 소원을 빕니다. 다음 날, 끔찍한 소식이 전해집니다. 아들이 공장에서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받은 사망 보상금이 정확히 200파운드였습니다. 소원은 완벽하게 이루어졌지만, 그 대가는 한 가족의 가장 소중한 것을 앗아가는 비극이었습니다. 충격과 슬픔에 빠진 아내가 두 번째 소원으로 "아들이 다시 살아나게 해달라"고 빌면서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는 공포로 치닫게 됩니다. 이 소설은 '인간의 욕망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소원이 이루어질 때의 끔찍한 부작용을 섬뜩하게 그려냈습니다.
<다 이루어질지니>의 에피소드와 '원숭이 손'의 비극적인 서사는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막연하고 불완전한 소원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고, 우리의 맹목적인 욕망은 종종 파멸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소원'을 마음에 품고 살아갑니다. 단순히 돈을 더 많이 벌고 싶다거나, 더 높은 위치에 오르고 싶다거나 하는 것들 말입니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단순히 그것을 ‘이루는 것’에만 집중하고 그 과정과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행복이 아닌 전혀 다른 결과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원숭이 손'과 '지니'에게서 어떤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요?
첫째, 소원의 ‘디테일’을 고민하는 것입니다. 막연히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빌기보다, "어떠한 손해도 없이, 합법적인 방법으로 매달 100만 원씩 더 벌게 해달라"처럼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소원을 다듬어야 합니다. 소원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길 바라는지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은 불행한 결과를 피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소원이 가져올 ‘부작용’을 예상하는 것입니다. 내 소원이 혹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예상치 못한 불행을 초래할 가능성은 없는지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죠. 우리는 종종 자신에게만 집중하느라 소원이 가져올 더 큰 파장을 놓치곤 합니다.
셋째, 그 소원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되묻는 것입니다. 소원 자체보다 그 소원을 통해 얻고자 하는 궁극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소원'을 이루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성장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과 노력은 어쩌면 하나의 거대한 '소원 빌기'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단지 요행에 기대어 마법이 이루어지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소원을 빌기 전에 그 소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성찰하고, 스스로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원숭이 손'과 '지니'가 우리에게 전하는 흥미로운 이야기 속 진짜 메시지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