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손안에 다시 찾아온 작은 친구
어린 시절, 여러분의 주머니 속을 따스하게 채워주었던 작은 알 하나를 기억하시나요? 밥을 주지 않으면 삐치고, 놀아주지 않으면 외로워하며, 때론 갑작스럽게 무지개다리를 건너기도 했던 바로 그 친구, 다마고치 이야기입니다. 3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잊힌 줄 알았던 이 손안의 디지털 펫이 이제는 단순한 추억을 넘어선 놀라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습니다.
다마고치는 1996년 처음 등장하자마자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흑백 화면 속 작은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 모두가 열과 성을 다했고, 학교에서는 다마고치 금지령이 내려질 만큼 사회적 현상이 되기도 했죠. 그 인기는 제품의 품귀 현상을 불러와 가짜 상품까지 등장하는 진풍경을 낳았습니다.
PC와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잠시 주춤했던 다마고치는 꾸준히 진화를 거듭해왔습니다. 2004년에는 기기 간 통신 기능이 추가되었고, 2008년에는 화면이 컬러로 바뀌는 등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마고치는 새로운 기술을 품고 네 번째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최근 출시된 신제품은 그야말로 혁신적입니다. 이제 다마고치끼리 연결하여 함께 놀거나 가족을 이루고, 유전자 교배를 통해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흑백 화면의 픽셀 캐릭터가 이제는 다이얼을 돌려 세포 단위까지 확대해서 볼 수 있을 만큼 생생해졌습니다. 이러한 파격적인 변화는 출시와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왔습니다. 공식 온라인 매장은 순식간에 품절 사태를 겪었고, 일부 모델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최근 다마고치의 누적 출하량은 1억 개를 넘어섰는데, 이는 8천만 대를 기록한 플레이스테이션 5를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한국 법인 역시 1천억 원의 연 매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90년대 게임기가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도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다마고치는 K-POP 그룹과의 협업이나 캐릭터 마케팅을 통해 10대와 20대에게는 새로운 ‘소장템’으로, 30대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마고치는 복잡한 기능을 추가하기보다 '키우기'라는 본연의 재미를 고수하면서도, 시대에 맞춘 소소하지만 꾸준한 변화를 거듭했습니다. 마메치, 부치파치 같은 메인 캐릭터를 중심으로 팬덤을 형성하고 굿즈 사업을 확장하며 생명력을 이어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