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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걷는 길, 두 개의 언어

'독고다이'의 이중 초상화

by 김형범

때로는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단어 하나에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역사의 무게와 문화적 변천사가 숨겨져 있곤 합니다. 오늘 우리가 이야기해볼 단어는 바로 ‘독고다이’입니다. 이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주변 도움 없이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는 고독한 실력자”나, “자기 방식대로 일을 밀고 나가는 독불장군”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실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독고다이’는 주로 ‘홀로 고군분투(孤軍奮鬪)하는 개인의 투지’를 강조하는 말로 쓰이며, 때로는 협업을 거부하는 비협조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뉘앙스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혼자서 어려운 길을 꿋꿋하게 헤쳐나가는 사람에게 붙여주는 일종의 칭호처럼 사용되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에서의 ‘독고다이’의 모습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 단어가 처음 태어난 일본으로 건너가 그 뿌리를 살펴보면, 한국에서 사용하는 의미와는 사뭇 다른, 훨씬 더 무겁고 비극적인 맥락과 마주하게 됩니다. 실제로 ‘독고다이’는 한자어 ‘獨孤蹚(독고당)’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지만, 가장 유력한 어원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특공대(特攻隊, とっこうたい, 돗코-타이)’라는 용어가 한국으로 건너와 발음이 변형되었다는 설이 지배적입니다. 이 ‘특공대’는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전쟁 말기에 필사적인 전술로 사용되었던 자살 공격 부대를 지칭합니다. 즉, 전투기나 어뢰정을 타고 적 함선에 몸을 던지던, 희생이 전제된 임무를 수행하던 병사들을 일컫던 말이었습니다.


따라서 일본에서 유래한 이 단어의 원형적 의미에는 ‘개인의 목숨을 던지는 일회성 공격’이라는 극단적인 자기희생과 무력함이 깔려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한국에서 사용되는 ‘혼자서 잘 해낸다’는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혹은 적어도 중립적인 의미와는 엄청난 온도 차이를 보입니다.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이 단어는 원형의 ‘죽음’과 ‘자살 공격’이라는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고, 오로지 ‘혼자 임무를 수행한다’는 물리적 행위에 초점을 맞추어 의미가 변모한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 변화 덕분에 ‘독고다이’는 오늘날 한국에서는 독립적인 역량을 가진 사람을 표현하는 용어로, 때로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하나의 단어가 두 개의 상반된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한국의 ‘독고다이’는 사회 시스템이나 조직의 도움을 기대하기보다 오로지 개인의 힘과 의지로 독립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고독한 투쟁을 상징합니다. 반면, 그 어원이 된 일본의 ‘특공대(돗코-타이)’는 국가와 체제에 의해 강요된 극단적이고 비극적인 희생을 배경에 깔고 있습니다. 이처럼 ‘독고다이’라는 네 글자는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수용 과정에 따라 그 의미가 완전히 뒤바뀌어 버린 흥미로운 사례를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혹시라도 일본 현지에서 이 단어를 사용할 일이 생긴다면, 한국에서처럼 단순히 ‘혼자 일한다’는 가벼운 의미로 오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곳에서는 이 단어의 뿌리인 비극적인 역사적 맥락 때문에 전혀 다른 뉘앙스를 가지게 되므로, 오해를 피하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단어의 이중적인 의미를 알고 사용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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