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은 지우고 생명은 지켰던 미군 보급 안경 100년사
미군 보급 안경의 역사는 단순히 시력을 보정하는 도구를 넘어, 전장의 가혹한 환경과 국가의 철저한 실용주의가 빚어낸 독특한 기록물입니다. 흔히 '피임 안경(Birth Control Glasses)'이라는 해학적인 별명으로 잘 알려진 이 안경은, 착용자의 외모를 희생시키는 대신 어떠한 상황에서도 병사의 시야를 지켜내겠다는 미 국방부의 고집스러운 철학이 담긴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이 안경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시대를 넘나드는 기술적 고민과 마주하게 됩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까지만 해도 미군은 저시력자의 입대를 거부했습니다. 안경이 전투 시 큰 방해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보급된 초기 안경은 코받침이 없는 노즈 새들 형태의 '윈저 프레임'이었으며, 승마 문화의 영향으로 귀를 단단히 감싸는 케이블 템플 형태를 취해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병력 부족이 심화되자 미군은 저시력자까지 징집 대상에 포함하며 안경 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금속테 형태인 'P3' 안경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금속테는 한동안 표준으로 자리 잡는 듯했으나, 태평양 전선이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열대 기후로 인한 부식은 병사들에게 심각한 피부병을 유발했고, 금속의 날카로운 단면은 전투 중 부상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1943년 물자 부족 사태가 일어나면서 미군은 금속을 대체할 소재를 찾기 시작했고, 이때 등장한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 소재가 지금의 뿔테 안경 시대를 여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피임 안경'이라 부르며 조롱하던 모델은 1978년부터 2012년까지 보급된 세대에서 그 악명이 정점에 달했습니다. 본래는 훈련소에서 받는 안경이라는 뜻의 'BCG(Boot Camp Glasses)'였으나, 절망적인 디자인 때문에 이 안경을 쓰면 절대 매력을 어필할 수 없다는 의미의 '출산 억제 안경'으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이 시기의 안경은 미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한 대신 무지막지한 두께의 프레임으로 극강의 내구성을 확보했습니다. 군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성능을 자랑했지만, 병사들에게는 시각적인 고통의 상징이었습니다.
미군 또한 이러한 병사들의 불만을 외면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프레임 오브 초이스(Frame of Choice)' 제도를 도입하여 군용 안경과 별개로 개인용 안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타협점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결국 전설적인 갈색 뿔테 모델은 2012년에 이르러 현대적인 검은색 프레임으로 교체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투박함이 남긴 인상은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오늘날 미군 보급 안경은 더 이상 조롱의 대상만이 아닙니다. 가장 추하다고 여겨졌던 갈색 뿔테는 이제 빈티지 안경 매니아들 사이에서 시대를 대변하는 아카이브로 재평가받으며 귀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개인의 매력을 지워버릴 정도로 강력했던 실용주의의 산물이 이제는 세련된 패션 아이템으로 변모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