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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Aug 18. 2024

1991년의 두 사건, 하나의 무대에서

미인도 논란과 유서대필 - 영화화가 기대되는 연극

2019년에 공연된 연극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은 1991년에 발생한 두 가지 중요한 사건을 창의적으로 엮어낸 작품입니다. 이 연극은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과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을 배경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을 무대 삼아 당시의 사회적, 정치적 분위기를 생생하게 재현합니다.

[연극]‘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제 2 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2019)_포스터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작가의 뛰어난 통찰력입니다. 얼핏 보기에 무관해 보이는 두 사건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는 작가의 능력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작가는 이 두 사건이 모두 '진실'을 둘러싼 권력과 개인의 갈등, 그리고 사회의 왜곡된 모습을 드러내는 거울이라는 점을 예리하게 포착했습니다. 이러한 통찰을 통해 작가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나열을 넘어,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습니다.


천경자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3월, 국립현대미술관이 '움직이는 미술관' 순회전의 전시작으로 '미인도'를 포함시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천경자 화백은 이 그림을 보고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은 진품이라고 맞섰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 미술계 최대의 위작 논란이 벌어졌고, 이는 현재까지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습니다.


한편,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같은 해 5월에 발생했습니다. 전국민족민주연합(전민련) 간부였던 김기설이 서강대학교에서 분신자살한 후, 그의 유서가 발견되었습니다. 검찰은 이 유서가 김기설의 것이 아니라 같은 단체의 강기훈이 대신 써준 것이라고 주장하며 강기훈을 구속했습니다. 이 사건은 당시 정부가 학생운동을 억압하기 위해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며, 24년이 지난 2015년에 이르러서야 대법원에서 강기훈의 무죄가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작가는 이 두 사건을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공간을 통해 연결짓습니다. '미인도' 논란을 중심으로, 미술관의 학예사들이 진실과 거짓, 예술과 권력 사이에서 겪는 갈등을 그려내는 동시에, 유서대필 사건을 통해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사회적 압박, 개인의 양심 등의 문제를 다룹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예술작품의 진위 판단, 제도와 권력에 의한 진실 왜곡, 개인의 양심과 사회적 압박 사이의 갈등, 언론과 대중의 역할, 과거사 청산과 역사적 진실 규명의 중요성 등 여러 중요한 쟁점들을 제기합니다.


이러한 복잡하고 중요한 주제를 다루는 이 연극은 영상화될 경우 더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된다면, 시각적 표현력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더욱 생생하게 재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웅장한 전시실, '미인도'의 섬세한 붓터치, 1991년 당시의 거리 시위 장면, 검찰 조사실의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등을 실감나게 구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영상 매체의 특성을 살려 두 사건의 시간적 흐름을 교차 편집하여 이야기를 전개한다면, 두 사건의 연관성과 당시 사회의 모습을 더욱 극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작가가 포착한 두 사건의 연결고리를 더욱 명확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영상화를 통해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진실'과 '권력'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더 많은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작품이 제기하는 질문들은 1991년의 한국 사회에만 국한되지 않고, 현재의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들입니다. 예술의 가치, 권력의 남용, 개인의 양심, 역사적 진실의 중요성 등의 주제는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어, 현재의 관객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은 작가의 뛰어난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단순한 역사적 사건의 재현을 넘어 우리 사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냅니다. 이 작품이 영상화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깊은 생각을 전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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