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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Aug 19. 2024

AI가 AI를 학습할 때: 디지털 세계의 새로운 위기

생성형 AI 콘텐츠의 급증이 초래하는 '모델 붕괴' 현상과 그 대책

우리는 지금 기술 혁명의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이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면서, 우리가 접하는 정보의 풍경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챗GPT'나 '스테이블 디퓨전' 같은 생성 AI 도구의 등장은 콘텐츠 제작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이제 AI는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며, 심지어 음악까지 작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기술의 발전은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과 기대를 안겨주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 과제도 던져주고 있습니다.


최근 캠브리지 대학의 일리아 슈마일로프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이 발표한 '재귀의 저주'라는 논문은 이러한 도전 과제 중 하나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AI가 생성한 콘텐츠로 다시 AI를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서, 우리가 접하는 정보의 질과 다양성, 나아가 우리의 현실 인식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이 문제의 핵심은 AI 모델의 학습 방식에 있습니다. AI 모델은 학습 과정에서 주어진 데이터 중 가장 지배적인 패턴을 중심으로 정보를 습득합니다. 이는 마치 우리가 어떤 주제에 대해 공부할 때, 가장 많이 반복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AI의 경우, 이런 경향이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슈마일로프 교수는 이를 고양이 사진을 학습하는 AI의 예로 설명합니다. 만약 AI에게 90%의 노란 고양이와 10%의 파란 고양이 사진을 보여준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AI는 모든 고양이를 노란색으로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AI 생성 콘텐츠의 세계에서 반복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인터넷 상의 콘텐츠 중 AI가 생성한 것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면서, 미래의 AI 모델들은 이전 AI가 만든 콘텐츠를 바탕으로 학습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마치 복사본의 복사본을 계속해서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매 세대를 거듭할수록 원본의 특성은 희미해지고, 결국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왜곡된 정보만이 남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 문제의 심각성은 단순히 AI 기술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점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정보의 품질과 다양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에딘버러 대학의 로스 앤더슨 교수는 이 상황을 환경 오염에 비유했습니다. 우리가 바다에 플라스틱을 버리고 대기를 이산화탄소로 오염시키는 것처럼, 지금 우리는 인터넷을 AI가 생성한 '허튼 소리'로 채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우리의 지식 생태계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연구자들은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직접 생성한 양질의 원본 데이터를 보존하고 확대하는 것입니다. 또한 AI가 생성한 콘텐츠와 인간이 만든 콘텐츠를 구별할 수 있는 대규모 라벨링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개발자, AI 기업, 그리고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 문제는 우리에게 기술의 발전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우리는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AI 생성 콘텐츠의 문제는 단순히 기술의 영역을 넘어, 우리가 어떤 정보를 가치 있게 여기고, 어떤 방식으로 지식을 축적하고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결국 이 문제의 해결은 기술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우리 모두가 디지털 시민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양질의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데 참여해야 합니다. 또한 AI 기술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윤리적 고려사항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AI와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우리가 직면한 이 도전을 극복할 때, 비로소 AI 기술은 진정으로 인류에 기여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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