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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Jul 21. 2024

신파, 꼭 나쁜 것인가?

한국 콘텐츠의 독특한 감성, 그 활용의 묘

한국 대중문화에서 신파는 오랫동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습니다. 특히 코미디와 결합된 형태로 많은 작품에서 활용되어 왔죠.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신파적 요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과연 신파는 정말로 나쁜 것일까요?


사실 신파가 나쁘다고 인식되는 주된 이유는 우리가 그것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익숙함이 식상함으로 변한 것이죠. 그러나 실질적인 문제는 신파 그 자체가 아니라, 신파로 인해 작가와 배우가 게을러질 수 있는 위험성에 있습니다. 쉽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장치를 활용함으로써 깊이 있는 캐릭터 묘사나 복잡한 서사 구조를 회피하게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신파적 요소를 클리셰처럼 사용하면 결국 관객은 우롱당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측 가능한 전개와 강요된 감동은 오히려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고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그러나 적재적소에 신파를 활용한다면, 이는 작품에 깊이를 더하고 관객과의 정서적 연결을 강화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오징어 게임'의 성훈과 그의 어머니의 관계가 바로 그 좋은 예입니다. 이 작품에서 어머니의 죽음은 전형적인 신파적 요소이지만, 단순한 눈물짜기용 장치가 아닌 주인공 캐릭터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발판으로 작용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설정이 해외 관객들에게 오히려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는 것입니다. 한국 관객들에게는 익숙한 신파적 요소가 글로벌 시장에서는 독특하고 새로운 정서적 경험으로 인식된 것이죠. 이는 신파가 여전히 강력한 서사적 도구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오징어 게임'에서 성훈과 어머니의 관계는 주인공의 행동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동기가 되며, 작품 전체의 주제를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성훈이 목숨을 걸고 게임에 참여하는 이유, 그가 겪는 내적 갈등, 그리고 그의 최종적인 선택 모두가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이는 단순한 감정 자극을 넘어서 캐릭터의 깊이를 더하고, 작품의 주제인 인간성과 생존에 대한 질문을 더욱 선명하게 만듭니다.


결국, 신파의 문제는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단순히 눈물을 자아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면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고 관객을 피로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캐릭터의 동기와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작품의 주제를 강화하는 데 사용된다면 매우 효과적인 서사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금, 우리는 신파를 단순히 버려야 할 과거의 유산으로 여기기보다는, 더욱 세련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신파적 요소를 통해 한국 콘텐츠만의 독특한 정서를 표현하되, 그것이 작품의 깊이와 복잡성을 해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파는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잘못 사용하면 작품을 망칠 수 있지만, 적절히 활용한다면 작품에 깊이와 감동을 더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더욱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독특한 정서적 요소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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