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디슨카운티강의 다리', 남편의 시선에서 재구성
2019년 중딩, 고딩 친구들과 술 한잔 기울이다 갑자기 내가 제안한,
'독토를 시작해 보자'.
아마도 나이 50을 넘어서려다가, 이대로 내 삶은 괜찮을까? 라는 아주 미묘한 불안감?
아니면 이렇게 술만 마시다간 오래 못가지, 암.. 이러한 자기 반성 끝에
기왕 기울일 술,
가성비 좋고, 우정에도 좋은 토론의 장, 독서토론회를 곁들이면 어떨까?라고..
그래서 시작된 독토가 어언 6년차를 넘기고 있다.
이 글은 아마도 독토 개시 후 수 개월이 지난,
책만 할게 아니라 영화도 주제로 하면 어떨까라는 누군가의 제안을 모두가 받아들여
본 첫번째 영화, 그 유명한 '메디슨카운티 강의 다리'에 대한 토론 중 갑자기 열띤 토론으로
번진, 남편 리차드가 와이프 프란체스카(메릴스트립분)의 분륜 또는 아름다운 여름 몇칠 밤을
알고 눈을 감았을까에 대한 나의 주장을 담았던 글이다. (밴드서 퍼옴)
하필 왜 5년 넘게 지난 이 글을 떠올렸나 물을 수 있겠으나, 나는 사실 이 내 글보다는 큰 딸이 내 글을 읽고 써준 답글이 더 애닯고 슬펐던, 그래서 다시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의 첫번째 구독자가 큰 딸이니, 큰 딸도 어디에선가 아빠에게 보냈던 답글을 찾아 내어, 내 브런치스토리에 남겨 주길 바래본다.
(((( 메디슨카운티 논쟁에 대한 짧은 감회
아, 낮잠 잘 시간까지 포기하며 이 글을 쓰고 싶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은 들지만..왜 우린 메디슨카운티 영화에서 왜 하필, 볼품없고 마이너 배역인 남편 리차드에 대한 이야기를 논쟁거리로 만들었을까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펜을 든 거라고 핑계를 대면서 시작해 본다.
영활 본 대다수 사람들은, 강에서 만난 두 사람의 아름다운 대화, 가족이 떠난 여름 밤 4일간의 그들만의 시간과 사랑, 비 내리는 사거리에서의 로버트(클린트이스트우드)의 우수 어린 눈빛과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뜻의 그 엷었던 미소, 그리고 뒤 차의 프란체스카를 의식하면서 이스트우드로버트가 트럭 안 거울에 걸어둔 목걸이.. 아 그리고 영화의 클라이맥스였던 프란체스카가 차의 수동 손잡이를 반 이상 돌렸다 다시 되돌리는 장면 등등 이런 장면이면 충분했을 텐데, 왜 하필 어리숙한 남편인 듯한 리처드를 굳이 토론에 소재로 삼았을까?
독토 멤버들이 참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들일 수도 있고.. 그런데 그 와중에 난 왜 또 너무나 확실하게 신념까지 들먹일 정도로 남편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을까. 그리고 왜 대부분의 친구가 내 말의 반대편에 섰을까 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영화에 대한 느낌의 자유, 받아들이는 감성의 자유를 인정함과 동시에 이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해석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하면서, 남편리차드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이 영화 통 털어 남편 리차드의 아이덴티티가 드러난 장면이 4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4개의 장면과 대사를 통해, 남편이 무지랭이에, 여성의 세세한 감성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는 시골뜨기 카우보이라고 느끼고 싶어 하는 몇몇 분들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해 본다.
첫째 장면은 축제에서 돌아온 장면부터 시작. 여기서 프란체스카는 남편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두 아이를 껴안고 뺨을 부빈다. 당연히 나라도 그랬겠지. 남편 리차드에 대한 원망. 그러나 결국 가족을 택한 자신의 서글픈 회한. 단, 여기서의 ‘가족’에서 남편 리차드는 너무 약한 존재고 결국은 두 아이를 선택한 엄마라는 것이 중요. 그런데, 이때 남편은 처음으로 부인에 대한 서운함과 이상스런 눈빛을 눈치 채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 평소와는 무언가 다르다는 직감. 여기서 시작되는 거지.
둘째 장면은 여기서 남편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음. 로버트가 프란체스카에게, 이런 말을 하지. 물론 전에 프란체스카가 '농장에서의 삶을 꿈꾼 건 아니였어'라는 푸념을 듣고 나서의 제안이었지. ‘남편에게 사파리라도 데려가 달라고 하면 어때’ 그리고 그 후 남편은 어떤 사람이야 라고 직접적인 질문을 하게 돼.
"What's he like?" Robert asks. "He's very clean," she replies. "Hard-working . . . gentle . . . a good father.“
여기서 프란체스카는 남편에 대해 흠을 보기 보다는 그냥 착하고 부지런하고 상냥한 사람이야 라고 얼버무리고 말아. 여기서 매우 중요한 감독의 의중이 있었다고 봐 나는.
## And he is. The story never makes the mistake of portraying Richard Johnson as a bad husband. 영화는 리차드를 매우 나쁜 남편으로 묘사하는 실수를 결코 저지르지 않는다. .(어느 평론가) 이 부분이 내가 남편도 아름다운 배역의 하나라는 것을 굳게 믿는 것과 동일한 해석.
그래서 영화는 단지, 식탁에서 무뚝뚝하고 (로버트와 달리), 대화 없는 메마른 저녁 식사라는 설정을 통해 리차드를 약간 디스하는 선에서 타협을 하게 되, 리처드를 더 영화로 끌어 두어야 하는 이유를 남겨 두고 싶었다고 보지만.
3번째는 이제 엔딩 씬. 우리가 기억하는 가장 아름답고 슬픈 엔딩 씬에서, 리차드는 앞에서 우물쭈물하는 로버트의 차를 연신 클랙션을 누르면서,, ‘빨리 빨리’를 재촉하지. 여기서 여성 관객들은 프란체스카의 슬픔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남편의 '빨리 빨리'라는 대사에 짜증을 느끼고, 그를 미워하게 되었다고 봐. 물론 여성들 중에는 빨리 문을 열고 로버트에게 가라고 소리치는 사람들과 가족과 남아서 슬픔을 참아야 한다는 도덕 우선론자로 나뉘겠지만.. gg
그때 리처드가 속절없이 우는 와이프를 보면서, 'Whats wrong with you' ? 무슨 일이야 여보, 이렇게 물어. 참 상투적이면서 성의 없는 물음이지. 여기서도 여성 관객에게 점수를 크게 깍이지. 그치만 결정적으로 이 장면은 리차드의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겼을거야. 그 후 리차드는 수 십번, 수 백번 와이프가 울어야 했던 이유를 이해하고 납득해 보려고 노력했을 테니까. 그치만, 사실 또는 진실에 근접하는 답을 얻진 못했겠지. 와이프가 끝내 말을 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래서 그는 이런 정도까지 알았을 거라고 봐. ‘내가 없는 며칠 사이 무슨 일인가 일어났고, 그게 무엇인지를 내가 알거나 가족이 알게 되는 것은 우리 가족에게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내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죽는 날까지 꺼내지 말아야 할 이야기라는 것.’ 말이야.
영화는 드디어 리처드의 입장에서 엔딩으로 흘러가. 죽기 직전 침대 부부의 씬이 나오고 리처드는 "당신에게 꿈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이렇게 말해. 미안하고 사랑하는 감정이 축약된.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도 발견되지 도대체 꿈의 의미가 무엇일까. 몰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여기서의 꿈을 단지 dream. 그러니까 시골뜨기 아낙네가 아니라 화가 또는 음악가, 또는 여행가(프란체스카는 로버트처럼 여행 다니는 것을 매우 동경)가 되는 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그 꿈안에 누군가 남편 리차드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사랑까지를 포함한 광범위한 것인지가 의견의 대립이 발생하게 된 건데. 이 장면만 보면, 앞 쪽이 맞고, 앞서 말한 세 장면 또는 감독의 리처드라는 배역에 대한 감정 설정을 포괄하면 뒤쪽의 해석이 맞게 되는 거지.
‘Francesca, I know you had your own dreams, too. I am sorry I couldn’t give them to you‘ ’당신에게 꿈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 그걸 당신에게 주지 못해 미안해‘
Her husband, Richard, is aware that there is something inside her he can’t reach.
She regard his dying words as the most touching moment of whole life together.
리차드는 그가 결코 닿을 수 없는 무언가가 그녀의 마음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그의 유언이 자신들의 전 일생동안 가장 서로의 깊은 곳을 터치했다고 여긴다. @ 위 두문장은 [Not just Fiends]라는 책에서 역자의 해석
현실 세계로 돌아와서. 그 주 토요일 영화인들이 몇몇 모인 자리에서 이 얘기를 하니까, 처음엔 격론이 벌어질 듯 하다가 나중에는 남편이 알고 있었다는 것으로 의견 통일. 그러니까 전문가들은 뒷 쪽의 설정에 무게를 두었는데. 이는 직업과 관련된 측면에서, 그 편이 영화의 스토리에 더 어울린다고 평가한 것으로 생각.
재밌는 점은 우리 백진(백골이 진토 될때까지 친구라는 뜻으로, 고딩 1년때 만듬) 친구들. 백퍼 남편이 와이프를 이해하고, 설사 그 사실을 알았더라도 덮어 두었을 거라는 의견에 만장일치. 영화를 좀 더 아름답게 기억하고 싶은 욕심도 있겠거니 하지만. 여기서 슬픈 점은 50줄이 넘는 중년이 되어 보니, 와이프의 외도를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무지랭이 카우보이 취급을 받는 리차드보다는, 알았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 비밀을 지킨 리차드로 해석하는 것이, 동병산련, 각자의 삶에 더 편하기 다가오기 때문에 내린 선택일 수도 있다는 점.
어쨌든, 큰 역할이 없이 마이너 배역으로 여겨질 뻔 했던 리차드의 표정과 대사를 살펴 보게 되었다는 것은 독토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준 시도가 아니었나라고 생각하고, 논쟁에 참여해 준 모든 친구에게 감사의 뜻을 전함.
마지막으로 식탁에서의 프란체스카의 독백. 그녀가 삶을 떠나지 않은 이유
(내가 생각하는 영화 중 가장 아름다운 대사)
But love won't obey our expectations. Its mystery is pure and absolute. What Robert and I had, could not continue if we were together. What Richard and I shared would vanish if we were apart. But how I wanted to share this. How would our lives have changed if I had? Could anyone else have seen the beauty of it?
사랑은 우리의 기대에 복종하지 않을 것이다. 그 신비함은 순수하고 절대적이지..
‘ 로버트와 내가 나눈 것은 우리가 함께 한다면 지속할 수 없지만, 리차드와 내가 나눈 것은 둘이 헤어지면(내가 떠난다면) 사라질 것이다. ...
재미삼아, 최근 각광받고 있는 챗gpt 에게도 해석을 물어보니,
“하지만 사랑은 우리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아요. 사랑은 그저 순수하고 절대적인 신비일 뿐이에요. 로버트와 내가 나눴던 감정은, 우리가 함께했다면 이어질 수 없었고, 리처드와 내가 쌓아온 삶은, 우리가 떨어졌다면 무너졌을 거예요. 그런데도 이 감정을 나누고 싶었어요. 내가 그랬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누군가 이 감정의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었을까요?
이게 원문인데.. 한국에서의 영화 자막은
‘로버트와의 사랑은 우리가 떠나면 계속될 수 없었지만, 남편과의 사랑은 내가 떠나면 사라질 걸 알았어’ 이렇게 번역을 하게 되지. 한마디로 쓰레기 같은 번역이었던 거야. (영화 대사 번역이나 영문 책의 한글 번역이, 때로는 영화나 글의 전체 맥락을 형편없이 무너뜨리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금도 생각)
이렇게 번역을 하면 프란체스카가 로버트와 리차드를 생각하는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지.
차라리 수더분하게, 로버트와의 사랑은 내가 여기 있어도 계속되겠지만 리차드와의 사랑은 떠나면 끝이 나기 때문이야.. 이렇게 하던지..zz
[다시 2025년 현실로] 역시 생각보다 글로 옮겨 보는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해서 쓴 글..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과 입장일 뿐. 큰 딸아 이 글을 읽거든 꼭 그때 아빠에게 준 답글을 찾아서 보내다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