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유실험

브런치는? 어떤 공간인가?

책과 글은 있지만, 작품이 없는 공간....

by PanDora

브런치는 글을 쓰고자 하는 많은 사람을 끌어 들이는 매혹적인 플랫폼이다.

평범했던 자신의 글이 이곳에서는 작품으로 평가 받고, 다른 누군 가가 읽어주는 장소이다.

블로그 카페 SNS등 많은 일반 미디어 플랫폼들은 주로 자신 개인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장소라면, 브런치는 그런 경험과 이야기를 단순한 표현이 아닌 작품으로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수많은 블로거와 글을 쓰고 싶은 라이터들이 브런치를 통해 자신의 글을 내보이고 있다. 같은 글이라도 브런치에 올리면 동네 시장에서 팔던 물건이 백화점 한 코너의 브랜드로 변하는 느낌이다. 그런 부분에서 브런치는 일반 작가 지망생이나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의 유저 들을 적절하게 브랜드화 시켜 만족감을 주는 장소로서 존재한다. 그리고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는 제품에 대한 평가나 감정의 표현을 신랄하게 내비치던 소비자들도 백화점에서 고른 물건에 대해서 평가를 할 때는 보다 정제된 표현과 순화 된 시선과 감정을 가지고 이야기하듯, 일반 블로그에 올린 글에 대해서 자신의 기준에서 신랄한 비판과 비수를 꽃 지만, 같은 글이 브런치에 올라오면 작자에 대한 존중과 상대에 대한 비판의 표현의 수위가 낮아지고 굳이 트집을 잡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브런치가 현재 대한민국 내에서 새로운 컨셉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작가 지원을 통한 심사라는 기준은 쓰는 작가로 하여금 글에 대해 조금 더 고민 할 수 있는 기회와 사고의 폭을 가져다 준다. 작가는 아니지만 작가인 듯 대접 받을 수 있는 장소 그곳이 지금 브런치의 얼굴이고 환경이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브런치를 아무리 둘러봐도 글과 내용은 있지만 작품이 보이지 않는다. 브런치 홈에서 분류된 키워드나 내부로 들어가 자세히 들어봐도 브런치에는 작품이 보이지 않는다. 단지 조금 잘 포장된 글들과 과거 동네 잡화점에서 팔던 제품들을 포장지와 내용의 구성만을 조금 바꾼 글과 조금 다른 신변잡기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글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작품들... 소설, 에세이, 시, 문학 등의 작품이라고 평가할 만한 종류의 글은 보이지 않는다. 글의 대 다수는 기존 블로그에 올라가던 글의 변형된 포장이고, 브런치에서 분류해논 키워드를 들여다 보면 결국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적는 하나의 낙서 공간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나도 그중 하나이다. 그렇다고 플랫폼의 진화와 커뮤니티 공간의 고급화란 느낌의 브런치의 긍정적인 부분을 평가 절하 하거나 무시 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많은 일반 라이터들이 자신의 소중한 글을 써내려 가고 자신의 독자층이 생겨서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으로 진화하는 소중한 공간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글이라고 하면 일기도 글이고 기행문도 글이고 자서전도 글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행문, 자서전, 일기 또는 자기 신변 잡기 글을 작품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작품이라고 하면 고전 문학의 소설, 서사시, 철학적 서적, 시집 등 보통 문학 작품을 뜻한다. 물론 그 부분은 어쩌면 전문가의 또 새로운 글쓰기 분야일 수 있다. 그러나 브런치가 일반 작가들에게 글을 쓰는 공간으로서 제공하는 목적을 가진 플랫폼이고 브런치 에디터들이 자신의 플랫폼의 글을 작품으로 평가 받길 원한다면, 브런치 내부에 문학의 공간이 있었으면 한다. 지금의 구성에서 작품으로서의 글을 올리고 이를 평가해줄 만한 플랫폼으로서의 진화가 있으면 글을 쓰는 사람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어쩌면 아직 한 명도 나오지 않은 노벨 문학상의 작품이 브런치를 통해 나오지 않을까 희망을 꿈꿔본다.


나는 이전 부터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특히 내 글은 시사, 인문학, 철학 등의 고리타분 한 분야에 편중되어 있고 시대의 주류보다는 비 주류 쪽의 성향을 좋아하는 글이 많다. 그래서 글을 쓰더라도 대 다수의 흐름에 쫓아가지 못하고 혼자 외톨이로 삐죽 삐져 나온 돌맹이가 되고 만다. 그런데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고 인정을 받은 순간은 "아 나도 써도 되는 구나" 안도감과 글을 쓰고 다른 누군가 에게 읽혀지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는 않았다. 브런치에서 작가로서 인정해준 것이 나에게는 항상 맘 속에 가지고 있던 타인의 평가에 대한 불안감과 그리고 기대치에 대한 스스로의 자존감 결여를 극복하게 해 주었다. 그렇다고 지금 나에게 구독자가 많은 것은 아니다. 물론 사람들은 글을 남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라 하지만, 나는 남들이 내 글을 읽어주고 평가해 주었으면 한다. 좋든 싫든 그것이 나에게는 모티베이션으로 작용을 한다. 그렇게 작은 수의 구독자가 있고 글을 쓰고 읽어 줄 수 있는 장소와 시간과 기회를 준 브런치에는 감사를 한다.

그런데 긍정의 뒤에 어둠이 잠시 깔려 있는 듯 보인다. 그 수많은 글과 내용들은 책으로 정보로는 적당하지만 감성을 움직이고 사람을 바꾸고 감탄을 자아낼 만한 글들이 보이지 않는 건 왜일까? 브런치의 내용은 단순히 포탈에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의 역할 만을 하는 걸까? 그렇다면 브런치는 왜 매년 좋은 작품을 선정해서 책을 발간하고 상금을 주고 유저 들을 독려하는 걸까? 이런 고민을 해본다. 어쩌면 브런치도 글과 정보의 한계를 벗어나 작품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진정한 문학 들을 생산하고 싶지만, 유저 들의 반응과 전문성을 가진 플랫폼으로 변질되어 브런치가 가진 힘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시도를 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지금의 브런치도 글을 쓰는 플랫폼으로 그리고 유저 들의 욕구를 만족 시켜 주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는 있다. 그러나 지금의 플랫폼이 단순한 형태의 자기 표현의 장으로서 밖에 되지 않는다면, 브런치도 결국 다른 플랫폼이 등장할 때 지금의 위치가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지금이 브런치가 한 계단 더 올라가 다른 플랫폼과는 차별화한 작품 생산의 선진 기지로서 역할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브런치의 작품들이 국, 내외 많은 문단들과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작품의 통로로서 역할을 한다면, 브런치는 온, 오프라인을 연결하고 대한민국 문학계의 새로운 바람과 힘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부터 그런 문학으로서의 공간과 작품을 쓰고 싶은 많은 비기너들을 위한 작은 서비스를 시작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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