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후 첫 출근일만 쌩쌩했고 그다음 주 월요일부터 바로 사건 발생과 함께 증상이 발현되어서 계속 골골대고 있다. 휴직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계속 고민 중이다.
지난 주말 내내 아프다가 오늘 오전에도 계속 통증에 시달리면서 질병휴직과 공무상 요양 신청에 대해 검색했다.
그러다가 수업에 들어갔는데 신기하게도 수업에 들어가면 기운이 난다. 내가 특별히 수업에 능한 교사여서가 아니라 수업시간만큼은 업무로부터 완전히 분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함께 이야기 나눈 주제를 가지고 모둠토론을 했다. 토너먼트 식으로 돌아다니면서 세 개의 모둠과 시간제한 토론을 하는 방식인데 이긴다고 좋은 게 전혀 없음을 공지했음에도 학생들은 이기고 싶어 한다.
3분의 시간 동안 서로의 의견을 반박하다가 3분이 끝났을 때 마지막으로 발언하고 있던 사람이 이기는 다소 비합리적인 룰이지만 학생들은 열정적으로 토론을 했다.
점수를 낼 수 있게 룰을 정했기 때문에 점수를 많이 얻은 두 모둠을 불러내서 결승전도 진행했다.
결승전은 교실 가운데로 토론자들이 나와서 2대 2로 토론하고 시간도 5분으로 늘렸다. 나름 진지하다.
결승까지 나온 친구들은 할 말이 많은 친구들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토론이 되기보다는 시간이 모자라서 토론이 끊어지는 경우가 많고 다소 불공정한 승패가 결정되기 마련인데 오늘은 드물게 공정한 결과가 나왔다.
내내 버벅거리던 학생이 마지막 발언에서 2초를 남겨두고 상대 토론자에게 마이크를 넘겨버린 것이다. 한 마디만 더했으면 이길 수 있었는데!
토론을 잘한 팀이 이기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나도 기분 좋게 큰 소리로 "이쪽 팀이 승리입니다!"를 외쳤다.
이런 시간이 재미있다.
이제 거의 한 달간 이어지는 프로젝트형 수행평가가 시작인데 팀도 구성하고 주제도 결정한 상황이라 이 프로젝트를 잘 마치고 싶어진다. 그러려면 적어도 한두 달은 휴직을 할 수 없다. 교실에서는 '좀 버텨볼까' 생각을 했다.
교무실에 오자마자 조사관과 면담할 학생, 학부모를 상담실로 안내해 주고 조사관이 요청한 서류 작업을 잠깐 하는 사이에 학폭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이 찾아와서 짧은 상담을 하고 병원에 왔다.
병원에 오려고 오늘 조퇴를 달았는데 제시간에 나오지 못했다. 쉬어야 할까 계속 다녀야 할까 모르겠다. 머리가 아프고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