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있었던 재미있던 일.
오늘따라 초콜렛 손님이 많이 왔다. 오늘 급식메뉴가 학생들의 선호메뉴가 아니었던 것 같다.
급식지도하느라 서 있는데 작년에 가르쳤던 A학생이 밥을 다 먹고 나가다 말고 나를 빤히 쳐다보기에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쌤, 저 오늘 비건했습니다."
"오~ 왜 그러셨죠?"(손으로는 박수를 치며)
"고기가 맛이 없어요."
"아! 그건 아니지~~"(박수를 멈추며)
거의 6개월 만에 나에게 말을 건 A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을 뿐만 아니라 몇몇 까불이들이 급식실이 아예 나타나지도 않은 것으로 미루어보아 오늘의 급식선호도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어쨌든 오늘 초콜렛 손님이 많았고 I 군도 그 행렬에 끼어 초콜렛을 받아갔다. 한 무리가 다녀가고 5분쯤 후에 뒤늦게 초콜렛 소식을 듣고 서너 명의 남학생이 찾아왔다.
"이제 너네가 마지막이다!" 선언하고 학생들을 내보내는 와중에 I 가 빼꼼 고개를 들이밀며 교무실에 다시 들어왔다.
"넌 아까 먹었잖아 나가~ 안 먹은 척하고!"
"야 나와 ~~~" 욕설과 함께 친구들에게 끌려나가던 I 가 다시 문을 열었다.
" 쌤 근데 안 먹은 척은 안 했습니다"
" 아 그건 내가 사과할게"
손바닥을 보이며 빠른 속도로 내가 사과했고 I는 방긋 웃더니
" 사과 받아들이겠습니다" 답했다.
문 닫고 나가는 I에게 "고맙다"라고 외치고 대화가 종료되었다.
이 대화가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재미있었다.
방긋 웃던 I의 표정을 박제해두고 싶을 정도였다.
학교생활의 소소한 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