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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팡팡이 Nov 15. 2015

10. 행복한가요?

사랑. 용기. 책임


  고속버스 시외버스 탈때마다, 짐을 바리바리 싸서 타시는 어머님들이 있다. 나는 그런 어머니들이 참 정감있게 느껴진다. 생전 모르는 나에게 귤을 건네주시거나, 날씨를 묻거나, 몇시에 도착한다는 둥. 내가 묻지도 않은 일들에 대해 가르쳐주신다. 기차엔 이런 일들이 없다. 각양각색의 캐리어만 즐비하다. 양복을 입거나 정장을 입거나, 하여튼 그런 사람이 많다. 그래서 난 기차보단 시외버스 고속버스를 탄다. (물론 기차에서도 정감있는 분도 많다!) 바리바리 짐을 싸시고 타시는 어머님들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분명 저분들도 누구에게나 한 가족의 엄마이니,


  며칠전엔, 고기를 먹었다. 고기먹는 사장님이 엄마랑 아는 사이인데, 그분을 보면 항상 마음이 찡하다. 장사가 분명 정말 잘되는데, 온몸에 외로움이 묻어져 나온다. 최근에 싱글이 되었다. 우리가 고기를 먹는 옆테이블에는 엄마와 세명의 아이들이 있다. 나는 왜 아빠가 없을까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면 자꾸 눈길이 간다.

  외로움은 인간의 가장 정신적 고통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그 가족에게 아버지가 나타났다.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다. 술이 얼큰하게 취했는데, 가족곁의 창문밖에 서서 까궁하고 장난치신다. 그땐 나도 너무 흐뭇해져서 나중에 저런 남편 만나야지 하고 생각한다.

  길을 가다가, 쓰레기를 뒤져서 밥을 먹는 사람을 보았다.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서울역, 대구역에 노숙자를 위한 무료 급식제공에 대한 설문지가 나돌았다. 이번에는 무엇인가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뒤를 돌아볼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세가지의 일들이 왜 연쇄적으로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행복은 도처에 있다. 그러나 불행도 도처에 있다.

  행복할 권리는 결국, 나에게 나온다. 여기엔 용기가 필요하다.  책임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을 사랑할 용기, 그리고 책임.


그러니. 언제쯤 나는 용기를 가진, 행복한 사람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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