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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팡팡이 Nov 17. 2015

11. 수많은 이별 중 하나

기억은 왜곡되기도 했고 희미해기도 했으며, 보다 분명하기도 했다.


장면 1

  으스러질듯, 하지만 꽉 붙잡고서 뒤에서 그를 껴안았다. 깍지를 낀 두 손에서, 아등바등 거리는 그 와, 그런 그를 어떻게든 놓지 않겠다는 마음에, 손은 그대로 망부석처럼 굳어져, 굳은 찰흙같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장면 2

  제법 맑은 날씨와 제법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제법 분비는 버스 안에서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마주하며 서 있다.
둘은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갑자기 충동적으로 몸을 팅겨나가듯, 벨를 누른 그는 나 내려야해라고 말하고선, 또 다시 가볍게 웃어보였고,
  그런 그를 의아해하면서 옅은 미소로 여자가 웃어보이자.
남자는 안녕- 이라 말하며, 튕겨나가듯 버스에서 내렸다.
   여자는 달리는 버스에서, 남자가 내린 곳을 응시하며, 남자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장면 3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중에 하나는, 자신이 가장 슬프고 초라할때, 위로받고자 하는 상대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이다.  

  상대는 가끔 모른다. 자신의 슬픔을, 초라함을 온전히 모두 내어 보일 수 있는 존재가 당신이 될 때, 그것은 당신을 어떤 식으로든 사랑한다는 뜻임을.

  전화를 걸고 떨리는 마음으로 수화기를 붙잡았다. 무슨 말을 해야할 지 고민이었다. 사실 이런 고민은 유쾌하지 않았다. 소름끼칠만큼, 뜻 모를 직감으로 전화를 붙잡는 내내 그녀는 초조했다.  한 번, 그리고 두 번. 실망한 표정을 한 아름 짓고서, 그녀는 이상한 감정에 휩쓸린다.  그는 전화를 받지 않은 대신 한통의 문자로 그녀의 정적을 깨뜨렸다.
  ' 나 소중한 사람이 생겼어 '. 참 이런 문자는 흔하지 않아 그녀는 도통 뭐라고 해야 할 지 몰랐다.
  '아 그랬구나, 나. 오늘 회사에서 큰 일 생겼어. 그래서 지금 너무 슬펐어.' .  그녀는 생각했다. 세상에서 슬픈 일은 그렇게 비극적이며 비참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머리에 다다랐다.  그녀는 전보다 더 슬퍼졌다.  그것은 그녀가 회사에서 겪은 일을 곱씹어서 그런 것인지, 당신이라는 사람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가 겪은 모든 일이 합해져 더 슬퍼졌는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장면 4.  

  이해 안되는 문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다. 사실 이해가 된다는 말은 그저 그 상황을 '이러이러해서, 이렇게 되었구나'하는 합리화와 일종의 자기 위안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는 밤새 뜬 눈으로 생각했다. .
우리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장면 5.
  남자와 여자가 헤어지고 난 뒤 어느 신문에선가, 아니다. 여자는 의식적으로 무수히 오랫동안, 여러번, 곱씹었다. 그래서 기억은 가끔 왜곡되기도 했다.

장면 1 회상.
  당신을 놓지 않으려 당신을 팔 벌려 안았지, 으스러질듯, 하지만 꽉 붙잡고서 그를 껴안았을 때, 아등바등거리는 그와 그런 그녀의 손은 갈기갈기 찢어서 피가 철철 넘치던 장면

장면 2 회상.
  여자는 고개를 거듭 흔들며, 또다른 장면을 생각해냈다.  참 좋은 날, 사람들이 분비는 버스안 그녀와 그는 마주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다 그는 갑작스러이 " 나 내려야해 "라는 말을 남기고선 황급히 버스에 내렸고, 그녀는 그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그를 응시했다. 밝은 미소로, 그가 연신 손을 흔드는 것을 여자는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장면 6.
기억은 왜곡되기도 했고 희미해기도 했으며, 보다 분명하기도 했다.


finally.

장면 7.
  몇 개월이 지나도록, 강렬한 뇌리에 남아있던 두 장면은 연신 번갈아가며 비극과 희극을 여자에게 느끼도록 하였다.  여자는 우리는 왜 헤어졌을까에 주목하기 보다, 남자와 헤어지기 전 꾸었던 두 꿈에 대해서 집요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여자는 수시로, 그 꿈을 기억해내며 단어를 바꾸어 가며 꿈해몽을 검색했다.

장면 8.
  남자와 여자가 헤어지고 난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꿈 해몽에는
애인이 버스에서 내리는 꿈 : 애인과 헤어지게 되는 꿈 이란 글을 발견하게 된다.
  오랫동안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여자는 다시 한번 이별을 깨닫게 된다.

  이별을 실감하는 것보다 더 끔찍한 것은
이별을 실감하면서도 또다시 이별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별은 아무래도, 혼자하는 것이다.

  여자는 오래도록
그가 보내온 문자 메시지를 들여다 보았다.

It doesn't matter what you do.
I just stand by you.



이별은 이런 거지같은 일들을 반복하는 것이었고, 그래서 이별은 결국 이런 거지같은 일들과 다시 한번 이별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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