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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마 Feb 16. 2022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꿈을 향한 여정은 매 순간이 황금처럼 빛나는 시간

자유롭게 세상을 여행하고 싶었던 산티아고는 신부의 길을 포기하고 양치기의 길을 걷습니다. 꼬박 이 년 동안 양치는 법을 배운 산티아고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모든 평원과 목초지를 훤히 꿰뚫고 있었고 양을 보호하는 법, 양털 깎는 법 모두 익숙한 일이 되었습니다.


꿈꾸지 않으면 꿈꾸는 법을 잊어버리죠. 자신이 잊어버린 꿈꾸기는 무의식 속의 '나'는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하루하루가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똑같던 어느 날, 산티아고는 바다 건너 이집트 피라미드 근처에 숨겨진 보물이 있다는 꿈을 계속 꿉니다. 보물과 양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산티아고의 얼굴에 세찬 바람이 스쳐 지나갑니다. 바람에는 꿈을 향해 떠났던 사람들의 땀냄새가 배어 있었죠. 안락한 안방을 버리고 꿈을 향해 변방으로 떠나는 도전은 고통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산티아고처럼 툭 털고 일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연금술사>의 저자 파울로 코엘료는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더 나쁜 것'이라고 우리에게 얘기합니다.


파울로 코엘료는 실제로 연금술에 심취해 '마법사의 돌'을 찾아 꽤나 발품을 팔았습니다. 책에서는 연금술사가 사막에서 금을 만들어 보이지만, 파울로 코엘료는 연금술을 터득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그 과정을 통해 출간된 <연금술사>는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는 등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았죠. 소설가 김영하는 여행의 본질이란 여행의 성공이라는 목적을 향해 집을 떠난 주인공이 이런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 다른 어떤 것을 얻어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표면적 목표의 밑바탕에 주인공조차 의식하지 못한 진짜 목표가 있다는 것이죠.


산티아고가 이집트 피라미드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에서 깨달은 다른 성취는 무엇일까요? 연금술은 단지 철이나 납을 금으로 바꾸는 신비로운 작업이 아니라, 세상과 통하는 우주의 언어를 꿰뚫어 궁극의 하나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그 시작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울리는 목소리를 인식하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나아가 자신의 삶 속에서 '마법사의 돌'을 발견해서 자기 변혁을 이뤄내는 것이 진정한 연금술사의 모습인 것이죠.


'무언가를 찾아가는 매 순간이 신과 조우하는 순간인 거야. 내 보물을 찾아가는 동안의 모든 날들은 빛나는 순간이었어.' (연금술사 p213)


꿈을 향한 산티아고의 여정은 매 순간이 황금처럼 빛나는 시간이었습니다. 과정에서 흘린 눈물과 땀방울은 순도 높은 금과 다르지 않지요. 단순히 금만을 추구하는 것은 잠시뿐인 지위나 명예에 기대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자기 변화와 개조 역시 그 '과정 자체'가 최고의 가치라고 하셨습니다. 어제 다짐한 언약들을 오늘 삶의 현장으로 끌어낸다면 우리는 모두 연금술사입니다.


<담론> 신영복 p232

<여행의 이유> 김영하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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