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데이비드에게는 처음 다윈을 읽을 때부터 마지막으로 우생학을 밀어붙일 때까지 어느 시점에서든 그 믿음을 놓아버리는 것은 다시 현기증을 불러들이는 일이었을 겁니다. 방금 자신의 형을 앗아간 세상 앞에서 상실감에 가득 차 떨고 있던 어린 소년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이었을 겁니다. 세상 앞에서, 그 세상을 전혀 이해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겁에 질린 무력한 아이로. 그 계층구조를 놓아버리는 것은 삶의 회오리바람을 풀어놓는 일, 딱정벌레와 매와 박테리아와 상어가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공중으로 날아올라 그의 주변, 그의 위에서 빙빙 돌게 하는 일이었을 겁니다. 그것은 지독히도 방향감각을 앗아가는 일이었겠죠. 큰 혼돈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것은 내가 어려서부터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써왔던 바로 그 세계관이었습니다.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이, 개미들과 별들과 함께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떨어져 내리는 느낌. 소용돌이치는 혼돈의 내부에서 바라본, 차마 마주 볼 수 없을 만큼 눈부시고 가차 없고 뚜렷한 진실. ‘너는 중요하지 않아 ‘라는 진실을 흘낏 엿본 바로 그 느낌 말입니다.
자연의 사다리가 데이비드에게 준 것은 바로 하나의 해독제였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그가 자연의 질서라는 비전을 그토록 단단하게 붙잡고 늘어졌던 이유를 이해가 됩니다. 도덕과 이성과 진실에 맞서면서까지 그가 그렇게 맹렬하게 그 비전을 수호한 이유를. 바로 그 때문에 데이비드를 경멸했음에도 어느 차원에서는 나 역시 데이비드가 갈망한 것과 똑같은 것을 갈망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