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통해 추억을 만들다.

by 소풍투어

여행...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고 많은 이들이 작게 또는 어중간하게...
또는 작정하고, 아니면 삶 자체가 여행인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주라는 섬에서 지내며 제주를 알아가고 제주를 여행하며 살고 있을때..

가끔씩 육지에 사는 지인들이 제주를 찾아오곤 했습니다.


이미 여러차례 제주를 다녀가셨던 분들도 계셨지만 처음 제주에 오시는 분들도...

그리고 우연찮게 드라마 작가님들이나 엔터테인먼트 관련된 분들을 알게되니 제주도에서는 처음으로 "로케이션 매니저" 라는 이름으로 영화나 드라마, 뮤직비디오까지 촬영지를 섭외해주곤 했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주로 오르기 쉬운 오름이나 김영갑 갤러리, 그리고 성산일출봉, 제주안의 또다른 섬 우도나 마라도를 좋아하셨고, 젊은 친구들은 대부분 관광지를 중심으로 동선을 짜서 부지런히 다니는 곳이 제주라는 섬입니다. 다양한 여행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다녀갈 수 있는 섬...


그중에서 인상깊었던 분들은 단연, 휴양차 오셨던 분들입니다.

그리고 그 휴양에는 오랜동안 짊어진 마음의 짐과 삶이 가져다준 무거운 죄책감, 고통들을 조금이라도 덜어내 보려고 오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어느 지인의 브런치에도 그런 분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오늘 인도소풍의 작은 글안에는 여행에 대해서 사색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떠나는 여행...

걷고 걸어서 또 걷는 트레킹 여행...

국내에는 올레길, 둘레길 등으로 많이 알려진 걷기 여행...
사실 제주 올레 한바퀴 걷는다는게 쉬운일은 아닙니다. 쉬운일도 아닌데 300키로가 넘는 그 구간을 무작정 걷는 여행자들을 볼때면 마음의 표정이 잠시 일그러질때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무작정 완주를 목적으로 걷기만 하면...

그 옆을 지나간 풍경과 바다와 하늘이...

너무나도 아까웠기 때문입니다.


DSC08909.JPG 동쪽방향의 제주 성산일출봉 앞입니다. 동서남북의 보는 방향에 따라 일출봉은 다르게 보입니다.

우연히 며칠전에 동생밴드의 공연을 마치고 가진 뒷풀이에서 제주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올레길을 걸었다며 아주 자랑스럽게 무용담을 풀어내는 기타 연주자에게 광치기 해변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말미오름에 대해서, 종달리 해안가에 대해서... 그는 그 길을 걸었지만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저 풍경이 좋았다고 했습니다. 꼭 누군가에게 어디에서 본 어느곳의 풍경을 말해주기 위함은 아니더라도 1코스 시작점에서 성산일출봉까지 3시간만에 주파했다며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했습니다.


3시간에 그 코스를 지나려면 경치도, 바다도, 멋진 하늘과 바다멀리 우도의 풍경까지... 그는 그것을 볼 수 있는 아무런 기회를 스스로 갖지 못했을 것이기에, 그는 그냥 걷는 여행을 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잘못된 여행을 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에게 있어서는 그게 힐링의 방법이고 여행의 방법이니 그사람의 여행은 그사람대로의 특별함이 있었을거라 믿습니다.




DSC08933.JPG 남쪽에서 북쭉을 향해 보는 성산일출봉의 모습입니다. 이곳보다 섭지코지에서 보는 일출봉이 더 아름답긴 하지만...

여행은 즐거움입니다.
아름다움을 보고, 멋진 풍경을 향해 셔터를 누르고 마음이 호사를 누리는 것...
그리고 그 절경앞에서 잠시 자연을 만끽하는 것...


비가 많이 온 다음날 정방폭포의 엄청난 비경앞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조차 사치스러울만큼 마음을 빼앗긴적이 있습니다. 올레길 1코스를 이틀에 걸쳐서 걸었습니다. 남들은 5시간에서 7시간이면 걷는다는 그 길을 14시간 이상 걸었습니다. 걸은건 비슷하겠지만 이리저리 풍경에 사로잡혀 사진을 찍고 영상을 담으며 온전히 눈에 담긴 그 풍경과 마음을 사진에 담아보려고 애쓰지만... 지나고나면 아쉬울때가 많습니다.

그때 그 방향의 하늘도 담아볼걸...

그 방향의 바다도 영상에 담아놓을걸...


DSC09027.JPG 북쪽에서 남쪽을 향해 바라보는 성산일출봉입니다.

파란바다...

너무 시퍼래서 무서울정도의 바다..

그리고 파도소리... 녹색으로 가득한 일출봉 앞...

한참을 멍하니 다시 그 앞에 서서 그 절경들을 만끽해봅니다.

그렇게 걷다보니 남들은 5시간이면 걷는다는 코스가 이틀이 걸렸습니다.

아마도 풍경을 너무 좋아해서 그런가 봅니다.


DSC09131.JPG 월정리 해변... 달을품은 바다...

특별한 추억이 있는 풍경들도 있습니다.

멍하니 바다를 보고 있는 사내...

그리고 잠시후 나 자신도 그처럼 멀리 바다를 한없이 바라봅니다.


DSC02657.JPG 용눈이 오름에서 바라본 다랑쉬 오름...멀리 보이는 어두운 색의 오름이 다랑쉬 오름입니다.

한참을 가지 못했습니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올라갔었던 기억만으로 다시 가기 두려웠던 오름...

바로 용눈이 오름입니다.


DSC02706.JPG 김영갑 선생님이 그토록 좋아하셨다는 용눈이 오름... 누군가와 올라본 후 한참후에 그곳에 다시 찾았습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아름다운 오름들이 가득한 제주 동부의 오름들...

그리고 서있는 그곳은 용눈이 오름 정상...


사실 용눈이 오름은 정상이 없습니다.

굽이굽이 이곳저곳이 들쑥 날쑥한 아름다운 곡선의 오름이라 여기도 정상이고 저기도 정상인 오름..


DSC02726.JPG 이 아름다운 오름앞에 김태희를 세운적이 있습니다.

바로 영화 그랑프리 촬영지로 현지 관리자가 선택한... 그곳...

바로 이곳에 김태희도 있었다는 전설이.. ^^


Grand.Prix.2010.DVDRip.XViD-SEASON.avi_20101124_110216.jpg 영화 그랑프리에 나온 용눈이 오름 장면 # 1


Grand.Prix.2010.DVDRip.XViD-SEASON.avi_20101124_110236.jpg 영화 그랑프리 촬영지 용눈이 오름의 한장면 # 2


한참후에 다시 찾은 그 오름 언덕앞에 앉아 멍하니 성산일출봉 방향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보이는 일출봉과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우도의 서빈백사까지 희미하게 보이는 이곳....


결국 참았던 눈물이 계속 흘러내리면서 한참을... 아주 한참을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길을 다시 내려오며 마치 오름과 대화라도 나누는 듯이...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그후로 이렇게 사진만으로 그곳을 보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어렵고 힘들고 그 빈자리를 잊게되기까지 겪어야할 순간순간의 아픔들...

마치 심장안쪽에서 부드러운 바늘로 툭툭 찌르는듯한 고통이 시작되면 그 어떠한 약보다.. 위로보다.. 눈물이 더 그 모든 것을 다독이기에 충분했던 시간들....


DSC01556.JPG 이곳은 마라도 안에 있는 성당입니다.

우연히 아는 누나가 제주도에 혼자 여행을 온다는 소식에 반가히 공항을 시작으로 가시고자 하는 곳을 향해 동행을 한적이 있습니다. 제일먼저 마라도를 가자고 하시더군요..


마라도에 들어가 성당을 보고 멀리 바다를 보며 잠시 혼자 있겠다 하셔서 조금 멀리 떨어져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습니다.


누나는 한참동안 그곳에서 5미터 거리를 오가면서 눈물을 훔치고 있었고... 뭔가를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보다 더 멀리 떨어져서 그녀가 나를 의식하지 못하도록 반은 숨어서 반은 몰래몰래 그녀의 훔쳐내는 눈물과 고통을 보고 있었습니다.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 둘을 모두 하늘나라로 보내고, 몇번을 죽으려고 했지만...
그녀는 길고 긴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고 가족들과의 추억이 담긴 그곳으로 와서...
누군가처럼 눈물로 마음을 다독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날밤 바다가 보이는 횟집 야외테라스에서 소주잔을 마주하며 주저리 주저리...

가족얘기는 하지 않았고, 아이 얘기도 하지 않았고 힘들다는 말도, 그 어떠한 말도 없이...

우리는 두어시간을 정신없이 웃었습니다. 예전에 누구 얘기를 하며 예전에 친구 얘기를 하며, 바다에 들어갔었는데... 광어를 괴물이라며 도망쳤던 누군가의 얘기하며, 그렇게 눈물이 날정도로 웃고 그녀를 숙소에 데려다주고 터벅터벅 걸어서 집으로 오는길에... 편의점에 들러 담배를 사고... 라이터도 사고...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끊었던 담배를 물었습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어디론가 찾아가 기댈 어깨라도 있었지만...

나에겐 누군가와의 흔적이 가득한 집으로 돌아가는 그길....
참혹한 시간을 더이상 내게 방치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던 밤...

그리고 며칠만에 아무에게도 말없이 제주도를 떠나왔습니다.

더 많은 곳을 다니고 싶었다는 핑계보다.. 역마살이 삶을 지배하게 되었음을...
이제 진짜 방황이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그리고 여러곳을 여행하며 돌아 다녔습니다.

새로운 곳을 담고, 새로운 곳을 다닐때마다 나는 조금씩 누군가와 추억을 잊어가고 새로운 풍경의 추억이 쌓이고 또다른 추억들이 쌓여감을 느끼며 틈만 나면 걷고, 틈만 나면 어디론가 카메라를 들고 그렇게 다니고 있었습니다.

DSC01565.JPG 마라도 북서쪽 해안

파도가 제법 높은 날이었습니다. 20여분정도의 뱃길에 멀미가 날 정도의 파도가 있던날...


DSC01583.JPG 마라도 갈대숲... (가을)

마라도의 갈대밭...

마라도 북쪽에서 남쪽방향으로 촬영한 장면...


섬은 걸어서 고작 한바퀴 도는데 40분정도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나마다 부지런히 걷기만 하면 20~30분이면 걸을 수 있는 작은섬...


매일매일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추억을 주는 섬...


여행은 추억이었습니다.

지나간 추억은 또다른 여행으로 잊혀지기 시작하고, 또다른 여행은 다시 또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마음에게 다그칩니다. 이제는 더이상 폐인처럼 살지 말라고...


가끔은... 시간이 흐른다는게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언젠가 지금의 제 모습을 돌아보면 비록 초라해보일지라도, 이겨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노라고..

그래서 또다른 무언가를 만들고 또다른 세상을 향해 부지런히 다시 시작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었노라고.. 그렇게 지금을 떠올릴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아픈 시간들을 잊을 수 있는 새로운 추억이 마음에 쌓일 수 있도록...

지켜봐달라며 가끔은 기도도 해봅니다.


그래서 오늘도...
새로운 여행을 꿈꿔봅니다.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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