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를 시작한지 5년 만에 세운 나만의 투자수칙
내가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은 지진이 일본 열도를 강타했던 2011년의 어느 화창한 봄날이었다. 첫 번째 직장을 구하고 1년 동안 피땀 흘려 돈을 벌어보니, 내 몸안에 있는 피와 땀만 흘려서는 도저히 부자가 될 수 없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는 부자가 되기 위해 주식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난생 처음으로 일봉이라는 단어를 접하고, PER, PBR이 무슨 뜻인지 찾기 위해 네이버를 뒤적거리던 귀여웠던 시절, 경험 쌓는다는 핑계로 유료 자문(?) 서비스도 이용해 보고 주식 강연회도 쫓아다니며 나름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 덕분인지, 소위 따블나는 종목도 서너 개 만져봤고, 반대로 장안에 화제가 되었던 씨엔케이 인터내셔널(구 코코)로 1/10토막도 맞아봤다.
한 2~3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사람들은 본전을 유지 혹은 회복하기 위해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는 심오한 진리를 알게 되었고, 2014년 겨울이 되어서야 드디어 나도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MBA 과정 중 '기업분석'이라는 수업의 과제를 하면서, 주식투자를 시작한지 5년 만에 드디어 나의 투자원칙을 세우게 되었는데, 아주 단순하고 기초적인 수준이지만 이 자리를 빌려 나의 투자수칙을 공유해볼까 한다.
1. 주식투자는 미리 정해둔 금액을 초과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저마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의 크기가 다르다. 지난 5년간의 경험을 돌이켜 볼 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산의 몇 퍼센트' 식으로 주식에 투자했다가는 어느 순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투자 혹은 투기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주식투자 만큼은 미리 한도를 정해 놓고 그 범위 내에서만 움직일 생각이다.
2. 장기적 관점에서의 가치투자를 지향하되, 성장주 위주의 트레이드도 일부 시도한다.
전체 투자금의 80% 정도는 저평가된 주식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것이다. 이때, 종목 선정의 기준은 기업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현금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인지, 속해 있는 산업의 중기(3~5년) 전망은 어떤지 등이 될 것이다. 평균적으로 3년 정도 보유할 것을 목표로 매 분기마다 내가 매수했던 요인이 유효한지 반드시 점검할 것이다. 그리고 이 포트폴리오 내에서는 다음 연도 실적 예상치가 올해보다 좋지 않은 기업은 매매하지 않을 것이다. 주가가 많이 내려왔다는 이유로 장기 포트에 담긴 주식을 손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애초에 생각했던 시나리오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가격에 관계없이 매도를 할 생각이다.
장기투자는 기본적으로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일종의 오락의 개념으로 투자금의 20%는 성장주에 투자할 것이다. 기업이 주장하는 성장 스토리, 테마 심지어 차트 분석 등이 주식을 고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다만, 매매에 앞서 미리 목표가와 손절 라인을 정해 두고, 손절 라인까지 내려오면 이유를 불문하고 매도할 것이다. 만약 운이 좋아 목표가에 도달한다면, 일단 30%를 이익실현할 것이다. 그리고 난 후 새로운 목표가와 손절라인을 가지고 이 과정을 반복한다.
3. 분할매수를 통해 리스크를 줄인다.
기업에 대한 분석이 끝나면 그 기업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이 때, 주식을 한꺼번에 다 사지 않고 '40% - 30% - 30%' 순으로 매수한다. 마지막 30%는 최후의 물타기 용도로 대부분의 주식은 '40%+30%' 만큼만 매수하게 될 것이다. 물타기는 정말 확신이 있을 때에만 시도한다.
너무 뻔한 이야기라 다들 '이게 뭥미'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 5년 간 아무런 원칙 없이 매매를 하다 보니 성공을 거두어도 그 성공을 반복해서 이뤄내지 못하고, 실패를 맛보더라도 교훈을 얻을 수가 없었다. 간단한 투자원칙에서 시작하지만, 이 투자원칙의 토대 위에서 지금부터 5년이 지났을 때에는 보다 성숙되고 고차원적인 투자를 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그나저나, 지금 이 글을 보는 당신의 투자원칙은 무엇입니까?
한 수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