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노트

#03. 사막 속 오아시스, 이카에 도착하다.

by panKo

뜻하지 않게 와카치나 대신 이카로 향하는 버스 안, 블로그에서 보았던 69호수의 아름다운 경치가 계속 눈 앞에서 맴돌았다. 놓친 고기여서일까?원래는 계획에 없었으나 동행때문에 가기로 결정한 곳이었는데도 쉽게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2시반에 리마를 떠난 버스는 4시간 반을 달려 7시에 이카에 도착했다. 이미 해는 완전히 저문 시각, 문을 연 에이전시가 몇개 없어 가격을 네고할 여지조차 없었다. 어찌저찌 찾아간 곳은 공교롭게도 꽃보다 청춘 팀이 머물렀던 곳이었다. 한국인임을 밝히자 반사적으로 꽃청춘 영상을 보여주며 자기가 그 영상에 등장했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그녀의 이름은 엘리사.

아쉽게도 자기네 호스텔엔 도미토리가 이미 꽉 찼다며 나를 다른 호스텔로 안내했다. 그 곳에 남아있는 숙소는 20인실 도미토리라는 쇼킹한 말을 덧붙이능 그녀, 참 매력적인 여자다. 젠장.


그녀가 안내해준 호스텔 리셉션 앞에서 20인실은 좀 심하지 않냐며 할인을 요구하는 나와 절대 할인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된다는 그녀가 팽팽하게 맞서자 선뜻 3인실 열쇠를 내밀며, '야, 그냥 너 혼자 이 방 써!'라고 이야기 하는 이 남자의 이름은 체모. 이름과 달리 쿨내 나는 남자다. 토일렛 페이퍼를 달라고 하면, 웃으며 '휴지?'라고 반문하는 그놈, 참 매력적인 남자다.

사막의 추위와 여행객들의 소란스러움이라는 이중고때문이었을까? 이 날따라 유난히 잠을 설쳤다. 뜻하지 않게 꼬인 일정도 아마 한 몫 했을것 같다. 아무튼 기분이 좀 별로였는데, 그래도 광합성을 하면서 마을을 둘러보고 나니, 그나마 기분이 점점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오아시스에 배를 띄우고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오아시스 주변에 몰려있는 음식점에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이 곳에는 스마트폰에 정신을 팔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임에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오후 4시쯤 시작하는 버기투어를 기다리면서, 오아시스 주변을 서너바퀴는 돌았던 것 같다. 처음 한 바퀴 돌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몇 번 더 그곳을 지나치면서 하나 둘 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잉카 콜라 한 병을 손에 들고 그렇게 한가롭게 시간을 보낸 후, 버기투어를 하기 위해 엘리샤가 있는 투어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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