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치나 사막에서의 신난 추억을 가슴에 고이 품고 올라탄 야간버스. 저녁식사까지 제공되는 까마(1등급 좌석)라 잔뜩 기대에 부풀었지만, 자리에 앉는 순간 스르륵 잠이 빠져들어 기내식, 아니 차내식은 구경도 못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안데스 산맥을 넘고넘어 도착한 곳은 잉카제국의 영광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쿠스코. 이 곳은 무려 해발 3,000미터가 넘는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쿠스코의 중심지, 아르마스 광장을 만났을 때에는 그 아름다움에 숨이 턱 막혔고, 아르마스 광장 뒤로 나있는 오르막을 따라 호스텔로 올라가는 길에서는 부족한 산소 탓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
호스텔에 짐을 풀고, 미리 준비해둔 짜파게티를 한그릇 해치운 후 거리로 나섰다. 때마침 아르마스 광장 주변 길거리에서는 작으만 축제행렬이 이러지고 있었다. 군복을 입고 노새를 끌며 춤을 추는 이 남자의 몸짓에서 라티노의 흥과 열정이 물씬 풍겼다.
한참 동안 축제 행렬 뒤를 졸졸 쫓다가 지쳐서 들어간 어느 골목 귀퉁이, 건물 사이의 작은 공터안에는 라마(현지 발음으로는 야마, llama) 몇 마리가 뛰놀고 있었다. 냉큼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몇 장 찍으니, 어디선가 냉큼 달려와 사진 값을 달라는 사람들. 뭔가 낚인 것 같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어느 덧 날이 저물고, 아르마스 광장은 낮보다 훨씬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아르마스 광장의 불빛만큼이나 나의 배는 찬란하게 꼬르륵거렸다. 때마침 남미여행 카페를 통해 알게된 한국인 여행객 분과 연락이 닿아 함께 광장 주변 식당을 찾아 나섰다
광장 주변 식당은 비싸고 맛은 그저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제 막 쿠스코에 도착한 새내기 여행객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는 않았다. 그나마 저렴해 보이는 식당을 찾아 세비체(페루식 물회)와 알파카 고기를 주문했다. 그리고 페루에서 반드시 마셔야 한다는 피스코 사워도 한잔씩 곁들였다.
고수 향을 잔뜩 풍기는 세비체와 쫀득쫀득 질긴 식감의 알파카, 특별하긴 했지만 대단한 맛은 아니었다. 다만 시원하고 강렬한 피스코 사워의 맛은 당분간 잊기 어려울 것 같다. 고산지대였기 때문인지, 장시간의 버스이동의 피로 때문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피스코 사워를 한 잔 마신 뒤의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니, 그날 밤 집은 잘 찾아갔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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