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노트

06. 쿠스코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다.

by panKo

그냥 피스코 사워 한 잔을 마셨을 뿐인데, 남미에 와서 처음으로 깨지 않고 아침까지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방에서도 와이파이가 터지는 페루 최고의 숙소, Kurumi Hostel에 좀 더 오래 머무르고 싶었지만, 좋은 곳은 그만큼 인기가 많은 법. 둘째날은 예약이 꽉 차있다는 이야기에 눈물을 머금고 숙소를 옮길 수 밖에 없었다. 곧 다시 돌아오겠다는 이야기를 남긴 채,

숙소를 옮기기 위해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그런데 이른 시간임에도 아르마스 광장이 북적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확히 무슨 행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군대가 도열해 있는 것을 보니, 꽤 높은 사람이 온 것 같았다. 뭔진 모르지만, 셔터를 눌러가며 한참을 구경했던 것 같다.

새로 잡은 숙소는 아르마스 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산페드로 시장 근처에 위치해 있었다. 시장 구경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배낭을 대충 던져 놓고 밖으로 나왔다.

산페드로 시장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싱싱한 생과일 쥬스 마시기. 5솔, 약 2천원에 망고를 비롯한 열대과일 을 잔뜩 섞은 쥬스 두 잔을 마실 수 있다. 주의할 점은 한 잔만 마실 수 없다는 것! 아줌마 인심이 좋아서인지, 믹서기에 과일을 잔뜩 갈아넣은 양이 거의 2잔 반 정도 나오기 때문이다. 산페드로 시장은 반드시 친구랑 같이 가자!

산페드로 시장은 재래시장답게 싱싱한 과일과 채소부터 각종 기념품, 옷 등 다양한 품목이 우리의 눈과 지갑을 유혹한다. 일반적으로 볼리비아의 라파즈가 물가가 더 싸다고는 하는데, 품질은 쿠스코의 시장이 좀 더 좋다는 평이 많다. 남미 여행 중 한번은 쇼핑을 해야 할 텐데, 어디서 할지는 여러분의 선택! 개인적으로는 쿠스코를 추천한다. 그 이유는 볼리비아 이야기를 소개할 때, 풀어보도록 하겠다.

시장구경도 하고 쇼핑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용기를 내어 시장 한 켠에 있는 스트리트 푸드에 도전해 보기로... 위생은 그리 좋아보이진 않았지만, 맛은 어제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세비체와 별 차이가 없었다. 다른 것은 1/3에 불과한 가격 뿐. 밥을 먹고 며칠 동안 별 일이 없었던 것을 보니, 위생에도 큰 문제는 없었나보다. 그래도 나름 2일차라고, 현지 생활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음을 느꼈다.

배를 든든히 채운 후, 본격적으로 쿠스코 관광을 시작했다. 첫번째 목적지는 쿠스코 건축의 위대함을 상징하는 12각돌. 아르마스 광장 뒷쪽 골목에 위치해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어서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작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벽 속에 숨어 있던 퓨마 한 마리였다. 12각돌이 있는 골목 다음 블록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퓨마를 만날 수 있다. 맞은 편 상점 앞에 놓인 그림을 참고해서 퓨마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잉카인들이 의도해서 만든 것인지, 후세 페루인들이 우연히 발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신기한 구경거리임에는 분명하다.

그렇게 12각돌 주변을 배회하다, 우연히 쿠스코 무료 워킹 투어 중인 일행을 만날 수 있었다. 슬쩍 그 틈에 섞여 이곳 저곳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따라간 곳은 쿠스코 중에서도 제법 높은 곳에 위치한 호스텔. 쿠스코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이 곳에서는 피스코 사워의 제조법에 대한 특강(?)도 들을 수 있다.

그렇게 알차게 하루를 보낸 후, 마지막으로 씨에떼 씨에떼라는 카페를 찾아가 보았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이 곳은 쿠스코의 숨은 명소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주소를 구글맵에 입력하면 다소 엉뚱한 곳으로 안내해 주는데, 정확한 위치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니, 주변 사람들에게 위치를 물어보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매장 내부 인테리어도 나름 독특하고 분위기 있을 뿐 아니라 커피 맛과 향도 제법 괜찮은 편이니, 일정 상 여유가 있다면 꼭 한 번 찾아가 보자.


굳이 커피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 곳에서 바라보는 쿠스코의 야경만으로도 씨에떼 씨에떼를 찾는 번거로움과 커피값은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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