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 농경기술의 흔적, 모라이와 산 속 염전, 살리네라스
잉카의 심장, 쿠스코는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도시 근교의 크고 작은 유적지를 구경하는 재미 역시 쏠쏠한 곳이다. 쿠스코의 중심지, 아르마스 광장에 잔뜩 모여있는 여행사를 통해 쿠스코 근교의 볼거리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쿠스코에서 찾은 나의 친구 파비앙. 무려 카톡 아이디와 한국어 간판을 가진 그는 작정하고 한국인 관광객을 노리고 있는 듯 하다. 시원시원하면서도 친절한 성격에 홀딱 빠진 나는 파비앙이 추천하는 것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파비앙이 권한 상품은 일명 '모라이 투어'. 약 6시간 동안 쿠스코 근교에 있는 모라이 농업 연구소와 살리네라스 염전을 둘러보고 오는 프로그램이다. 투어 시간에 맞춰 아침 일찍, 약속장소로 나가보니 이건 뭐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쿠스코에 있는 관광객과 버스가 모두 여기에 모였나보다.
우리를 태운 자그마한 봉고차가 향한 곳은 쿠스코 인근의 친체로라는 마을이었다. 옛 잉카인들의 생활양식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는 곳이라는 설명이 있었지만, 내가 보기에는 패키지 관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념품 판매를 위해 방문하는 곳 같았다. 알파카 털에서 뽑아낸 실에 색깔을 입히는 과정을 보여주었는데, 딱히 흥미를 느끼진 못했다.
그렇게 친체로를 지나, 본격적인 투어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잉카의 원형 경기장이 아니었을까 싶은 비주얼을 가진 모라이 농업연구소. 잉카인들은 사진에 보이는 것과 같은 원형 계단식 논을 만든 후, 고도 차이를 이용해 감자, 고구마, 밀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했다고 한다. 중학생 시절, 강원도 지역의 계단식 밭에 대해서 배웠던 기억이 얼핏 들기도 했다.
계단식 논의 정 중앙에 태양의 기운이 모여든다고 해서 냉큼 뛰어내려가려다가 관계자의 제지를 받았다. 유적지 보존을 위해 입장을 제한다는 것이다. 꽃보다 청춘에서 사람들이 내려가는 것을 보았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했더니, 촬영 등 특별한 사유로 사전에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입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아쉽지만, 원칙이 그렇다니 따를 수 밖에...
이 곳 모라이에는 총 3개의 계단식 원형 경작지가 있었다. 첫번째로 본 것은 과거의 모습이 거의 온전히 보존되었지만, 나머지 2개는 일부 지역이 무너져 있기도 했다. 경작지 곳곳에 돌 무더기가 보여 어떤 용도인지 물어봤더니, 훼손된 계단지역을 이루고 있던 돌을 쌓아둔 것이라고 한다. 비록 원형은 훼손되었지만, 그 돌을 다른 곳으로 치우지 않고, 경작지 내부에 모아둔 후, 언젠가 복원할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모라이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그곳을 떠난 버스는 산 기슭을 따라 굽이굽이 나있는 비포장 도로를 한참이나 달린 후, 우리를 내려주었다. 버스에서 내려 살리네라스로 향하는 길에는 각종 기념픔 가게가 줄지어 있었다.
수 많은 기념픔 중에서도 유독 눈에 들어왔던 것은 바로 이 소금 덩어리. 믿기 어렵겠지만, 이 산골 마을에 있는 염전에서 갓 잡아올린 싱싱한 소금이다.
산 속에 무슨 염전이냐고? 그러게나 말이다. 하지만 진짜 염전이다.
얼핏 보기엔 눈 내린 논밭처럼 보이는 이 것이 살리네라스 염전의 모습이다. 과거 이 곳이 바닷 속에 있던 시절, 소금으로 된 거대한 돌덩이인 암염이 만들어졌는데, 암염을 통과하는 지하수에 소금기가 섞여 나오면서 첩첩산중의 염전이라는 말도 안되는 장면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야말로 자연의 신비와 그것을 절묘하게 이용한 잉카인의 지혜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친체로에서 모라이, 그리고 살리네라스까지 20솔(8,000원)짜리 투어치고는 참으로 알차고 유익한 시간을 보낸 후, 돌아오는 봉고차에서 우리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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