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대 불가사의, 잉카 최후의 요새, 잃어버린 공중도시...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여행지, 마추픽추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잉카레일을 타고 도착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마추픽추로 들어가는 관문 같은 곳이다. 오는 길에 옷을 잃어버리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기분 좋게 웃어 넘길 수 있었던 것은 내일이면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 아니었을까?
관광객들을 위한 호스텔과 식당을 제외하면 '별 것 없는' 이 곳은 그야말로 마추픽추의, 마추픽추에 의한, 마추픽추를 위한 마을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마추픽추로 출발하기 위해 하룻 밤 쉬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정작 마을 자체에 대한 여행 정보를 찾기는 어려웠다.
일정에 촉박하게 예매한 탓에 나름 가장 인기 있는 시간대 앞에 있는 열차를 탔음에도 불구하고,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진 뒤였다. 구글 맵인 인도하는 길을 따라 미리 예매해 둔 호스텔을 찾아갔더니, 이미 나와 목적을 가지고, 같은 열차를 타고 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호스텔 옆 식당에 앉아 대기하고 있다가 정해진 순서에 따라 방을 배정받고 짐을 풀 수 있었다. 한 가지 기쁜 소식은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의 호스텔 숙박비에는 아침뿐 아니라, 당일 저녁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것! 쿠스코에서 숙소를 예약할 때에는,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입이 댓 발이나 나왔었는데, 저녁 식사 비용을 생각하면 나름 합리적인 수준이었다.(1박 36솔, 약 15,000원)
다음날, 새벽 같이 일어나 버스를 타고 마추픽추로 향했다. 나름 서두른다고 서두른 것이지만, 이미 입구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다들 미리 입장권을 예매해 왔고, 입구에서는 간단한 확인 절차만 거치면 되기 때문에, 줄은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었다.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드디어 마추픽추 안으로 들어갔다. 당시의 기분은 이루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일단 마추픽추의 전경을 멀리서 바라보기 위해 선게이트 방향으로 발걸을음 재촉했다. 와이나픽추가 마추픽추를 바로 위에서 찍어 누르듯 내려다보며 감상하는 곳이라면, 선게이트는 멀리서 완만한 각도로 마추픽추를 눈에 담을 수 있는 포인트다.
멀리서 바라본 마추픽추의 모습! 꽃보다 청춘에서 보았던 바로 그 장면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살면서 마추픽추를 직접 보는 날이 오다니!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내게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그냥 아무 말도,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입을 쩍 벌리며 한참 동안 마추픽추의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정말이지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이라는 노래 가사가 그렇게 가슴에 와 닿을 수가 없었다.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 마추픽추 내부로 들어가 보았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가이드 투어를 이용하곤 하는데, 돈도 돈인데다, 어차피 영어로 진행되는 가이드 투어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어 따로 투어를 신청하진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혼자 다니는 것보다 가이드를 따라 다니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마추픽추가 워낙 규모도 크고, '일방통행' 등 내부 동선도 복잡한 편이라 정말 많이 헤맸던 것 같다. 중간중간 스치듯 지나가는 가이드 투어 일행 틈에 섞여 귀동냥으로 가이드의 설명을 몇 번 들을 수 있었는데,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해야 하긴 했지만 나름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뭐 그래도 나름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들이댄 탓에 나름 중요한 포인트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진을 남겨올 수 있었다. 어찌나 사진을 많이 찍었던지, 마지막 한 시간을 남겨두고는 카메라 배터리가 나가버렸을 정도다.
마추픽추의 또 하나의 명물! 바로 야마(Llama). 순한 성격과 귀여운 외모 탓에 관광객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마추픽추 중앙에 마련된 정원(?) 지역에는 열댓 마리의 야마가 방목되고 있다. 따로 울타리가 없어서 풀을 찾아 헤매는 야마들이 보행로로 쳐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해치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진 않아도 된다.
바나나를 특히나 좋아하는 야마! 사육사가 바나나로 야마를 유혹, 정해진 구역으로 데려가는 동안 야마 바로 옆으로 다가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해발 3,000미터에 위치한 공중도시. 과학도 기술도 없던 시절 그 많은 돌을 어디서 구해서 지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비밀로 가득 찬' 공간, 마추픽추.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5시간을 쉼없이 돌아다녔는데도, 내려가는 길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다시 찾아 여유있게 이 곳을 둘러보리라 다짐하며, 쿠스코로 향하는 잉카레일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