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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석 Jul 24. 2022

원칙을 기반으로 유연함도 필요하다

이순신 장군의 유연한 관계 대처 방법

많은 사람들이 이순신을 원칙주의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대략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순신 장군은 원칙을 기반으로 유연함을 추구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임진왜란 막바지에 명나라 수군 제독인 진린이 이순신이 있는 남해쪽으로 배치가 된다. 진린 제독이 이순신에게 가기 전에 류성룡은 이순신이 진린 제독에게 권한도 못 받고 패할 것 같다고 조정 신료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진린이 포악하고 남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모두가 그를 꺼려했으며, 진린 제독의 군사가 고을 수령과 아전을 함부로 때리고 욕하며 목을 새끼줄로 매어 끌고 다닐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진린 제독이 마지막에는 이순신의 가장 큰 조력자가 된 것에는 이순신의 유연한 대처가 있었다.


진린 제독이 내려올 때 이순신 장군은 부하들에게 사냥을 시키고, 생선을 잡게 해서 큰 잔치를 준비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주 기분 좋게 환대를 해 주었다고 한다. 명나라 장군과 군사들이 이순신에게 이 때 호감을 가졌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후 왜적이 쳐들어 왔을 때 물리치고 확보한 수급 40여개를 진린 제독에게 보내어 진린에게 공을 돌린다. 이 때 진린 제독은 크게 감격했다고 한다. 이후부터 진린 제독은 이순신과 함께 모든 것을 논의하고 함께 처리했으며, 어디를 갈 때도 가마를 나란히 하면서 절대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이 수급 40여개를 줄 때 별도로 조정에 장계를 올려서 원래는 70여개의 수급을 얻었으나 진린 제독에게 40개, ‘계유격季遊擊’에게 5개를 보냈다고 따로 통보를 한다. 실리는 취하되 명분은 주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신채호 선생님의 『이순신전』에 보면 대접을 잘 해 주었는데 명나라의 군사들이 백성들의 재산을 약탈하자 이순신 장군은 크고 작은 오두막집을 모두 헐도록 하고 자신의 짐도 배 안으로 옮기게 하였다고 한다. 진린 제독이 몹시 괴이하게 여겨 사람을 보내 묻자 이순신 장군은 장군의 휘하병사들이 포악하게 백성을 약탈하니 대장이 되어서 무슨 면목으로 여기 홀로 머무르겠냐고 이야기를 하고 진도독을 영원히 작별하고 바다에 떠서 달아나려고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때 진린 제독이 깜짝 놀라서 달려와 손을 잡으며 공과 함께 가 아니면 누구와 적을 방어하겠냐고 했다고 하며 이 후 대화를 통해서 명나라 병사의 범죄를 엄중하게 다스릴 수 있는 권한을 얻어냈다고 한다.


온건책과 강건책을 함께 쓰면서 자신의 윗사람 노릇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낸 이순신 장군은 원칙을 바탕으로 유연한 사고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나중에 진린 제독이 진심으로 이순신 장군에게 감복하여 조정에 이런 장계를 보냈다고 한다.


"통제사는 천지를 다스릴만한 재주와 하늘을 보호하고 해를 목욕시킬 만한 공이 있습니다."(經天緯地之才와 補天浴日之功)


이런 장계들을 받는 선조의 기분은 어땠을까? 자신은 이순신을 죽이려고 했는데 결과는 이순신이 나라를 살린 상황이 된 기분을...


결국 이순신 장군은 진린 제독을 노량해전에 참전하도록 하여 함께 노량해전의 승리를 이끌어냈다. 이순신 장군이 죽었을 때 진린은 크게 통곡을 했다고 한다. 이런 인연 때문이었을까? 명나라가 망했을 때 진린 제독의 후손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정착을 하여 광동진씨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시진핑 주석이 2014.7.4. 서울대 강연에서 진린 제독과 이순신 장군을 함께 거론하면서 양국의 우의를 이야기한 것을 보면 400여년전의 인연이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 참 신기하다.


모두의 이익을 위해서 자신의 자존심도 굽힐 수 있었던 사람! 그리고 결국 그 사람까지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었던 사람! 부족하지만 이순신 장군을 닮고 싶다.


사진 : 징비록.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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