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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May 15. 2024

소나기 같은 소중한 사람

어느 날 문득 소나기처럼 온 사람





정말 하루아침에 정호 연락이 뚝 끊겼다.

전화랑 카톡을 아무리 해도 답이 없었다.

그 시기에는 휴대폰 진동으로 바꿔놓고 손에 꼭 쥐고 계속 정호 연락을 기다렸다.

드라마에 나오는 술 먹고 전 애인 연락 기다리던 주인공처럼 그렇게 6개월을 보냈다.

이때 매일 술을 먹다시피 하다가 몸무게가 25kg이 쪘었다.




그날도 다른 날과 다를 바 없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매번 정호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번 진동이 울리는 휴대폰을 확인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한 그날의 발신자는 정호였다.


정호는 정신적인 문제로 약해진 자신의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정호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그동안 연락 없었던 정호에 대한 원망이 씻겨 내려갔다.


이후에 나는 정호에게 오는 연락은 언제, 어디서든 꼭 받았다.

내 인생에서 유일한 버팀목인 정호가 힘들어 하는 모습이 무서웠다.

"살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는 정호한테 무슨 힘든 일이 있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나는 그저 울면서 다그치기만 했다.

"내가 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면서 나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정호에게 어리광 부릴 줄만 알던 나는 정호를 위로해 주진 못했다.

아마 나의 상황만으로도 힘들다고 생각했던 건 아닌가 싶다.




한 달 반 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나는 항상 정호에게 나의 최고의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한 달 반 동안, 나는 그동안 찐 살을 빼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그 한 달 반 동안, 탄수화물, 술, 음료수 등 살이 찔만한 음식은 전혀 먹지 않았다.

저녁은 너무 배고프면 쉐이크만 먹고, 그렇지 않은 날은 굶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운동, 저녁에도 운동.

살면서 내 모든 노력은 이렇게 정호 통해서 다 쏟아부었다.


'소나기'라는 노래 가사처럼, 정호는 나에게 소나기와 같은 소중한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했던 작은 기억 하나하나 새기면서 살아왔다.

소나기처럼 갑자기 와도, 갑자기 떠나도

언제나 나한테 선물같은 존재인 건 여전히 변함이 없다.


나한테 그런 존재였던 정호를 내가 먼저 놓아주었다.

아주아주 작은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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