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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May 11. 2024

애틋한 마음

내 인생의 전부

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일 년에 한 번씩 한국에 갈 때만 만날 수 있었다.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인 데다가 인터넷 사용은 일주일에 한 번 외출하는 경우 피시방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에 연락도 자주 할 수 없었다.

그마저도 졸업하기 1년 전에는 인터넷 사용이 완전히 금지되어서 연락을 전혀 할 수가 없었다.

아마 그래서 만날 때마다 애틋하지 않았나 싶다.





만나면 너무 반가워서 울었고,

헤어질 때는 언제 또 다시 만날지 모르니까 슬퍼서 울었다.

정호는 내가 울면 마음이 아프니까 울지 말라며 다정하게 눈물을 닦아주던 친구였다.


마음은 애틋한데, 오랜 기간을 두고 만나다 보니 자주 싸웠다.

나는 자주 만나지 못하니까 연락이라도 자주 했으면 좋겠는데, 정호는 '틀에 박힌 연락'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밥은 먹었어?"

"오늘은 뭐했어?"

이런 이야기가 틀에 박힌 이야기라고 싫다고 했다.

대학교를 외국에 가 있었을 때는 전화도 편히 할 수가 없는데, 그런 연락조차 못 하니 나는 화가 났다.

나는 정호에게 그만 연락하고 싶다고 장문의 메세지를 보냈다.

정호는 처음에는 어떤 이유에서는지 듣고 싶어했지만,

나는 매번 똑같은 이유로 싸우는 우리의 상황에 지쳤을 때라 자존심이 상해서 말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정호는 '그러면 나도 나 됐다는 사람 됐어.'하고 대화가 끊겼다.


나는 정호가 답이 없자 무서워졌다.

'혹시 이게 진짜 마지막이면 어떡하지?'

살면서 내가 느끼는 기쁨, 슬픔, 행복이 다 정호랑 관련된 거라 정호 없는 인생은 상상이 안됐다.

정호를 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너무 잘못했다고, 용서해달라고 다시 메세지를 보냈다.

정호는 첫 번째 연락에는 답이 없었다가

두 번째 연락에는 퉁명스럽게 답은 했고

세 번째 연락에는 바쁜 거 정리되면 연락하겠다고 대답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그래도 연락 문제로 싸우지는 않았다.

항상 정호에 관해서는 내가 먼저였기 때문에 전화라도 정호가 먼저 하기를 기다리자 했었다.

정호가 매번 전화가 오면 그래도 두세시간씩 통화했기 때문에 카카오톡 답장 텀이 긴 부분은 성향 차이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매번 먼저 전화하고 싶어도 참았다.


만나면 항상 다정한 친구라 카카오톡 답장 텀 긴 걸 제외하면 다 좋았다.

항상 가방도 들어주고 뭐든 나부터 먼저 챙겨주는 그런 친구였다.

생일, 발렌타인, 빼빼로데이 그리고 아플 때 항상 빠짐없이 챙겨줬다.

가끔 나오는 '혹시 나만 정호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던 마음을 정호는 항상 고이 접을 수 있게 해줬다.


어느 날, 정호가 갑자기 6개월 정도 연락이 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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