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일부를 나누는 일

상대에게 온전히 시간을 내어주겠다는 마음

by 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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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은, 내가 직업 인터뷰 브런치북을 연재하던 시기에 읽게 됐다.
인터뷰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지 배우고 싶었고,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은 꿈도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관된 직업인 배우님들의 인터뷰가 궁금해졌다.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건 인터뷰의 주제였다.
‘캐릭터에 빠져 사는 배우가 나로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고민 같았다.
그리고 그 질문을 받았을 때, 인터뷰이가 자신의 공간을 10분이나 공개하며 인터뷰에 응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그걸 보며 다시 한 번 느꼈다.
아, 인터뷰는 결국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거구나.
그 마음이 전달되었기 때문에, 상대도 시간을 내어 자신의 일부를 보여준 거겠지.

게다가 나는 원래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 책을 통해 실제 10명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 자체가 무척 흥미로웠다.


박정민, 천우희, 안재홍, 변요한, 이제훈, 주지훈, 김남길, 유태오, 오정세, 고두심 배우님.
솔직히 연기력 논란이 없었던 분들이고, 특히 박정민 배우님은 역할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에피소드들을 알고 있어서 더 관심이 갔다.
‘이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자기 일을 대할까’가 궁금해졌던 것 같다.


책 속에 이런 문장이 있다.


“인터뷰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상대에게 온전히 시간을 내어주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성립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시간을 내어준다는 건, 삶의 일부를 공유한다는 것.
나는 이것이 너무나 아름답다.”


정말 그렇다.
인터뷰는 단순히 대화를 나누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시간을 내어주고 삶의 일부를 건네는 일이다.
나는 이 문장이 참 좋았다.


이제 그 아름다움이 담긴 배우들의 이야기 속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문장 몇 가지를 공유해보려 한다.


"추측건대 배역을 맡으면 연출이 요구하는 것에
한술 더 떠 캐릭터로 걸어 들어가는 습성을 지닌 그는,
새로운 캐릭터를 받아들이느라 뜬눈으로 밤을 통과했을 것이다."



이 문장만 봐도 어떤 배우인지 알 것 같았다.
두 문장만으로도 한 사람의 태도가 떠오른다는 게 인상 깊었다.
꿈을 향한 노력도, 밤을 새고도 인터뷰에 성실히 임하는 자세도, 그런 노력을 알아봐준 사람도 다 인상 깊었다.


"천우희 제가 본능적으로 경계하는 게, 자기 감성에 빠지는 거예요.
그런데 그땐 그랬어요. 내가 가장 힘든 것 같고, 가장 불쌍한 것 같고.
그런 생각이 들면서 공허해지고 그랬죠."


나는 이 문장을 꼭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해서 하이라이트 해두었다.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시기가 오지 않나.
그런데 그때 자기 감성에 깊게 빠지면 더 위험해진다.
계속 빨려 들어가는 감성이니까.


"배우는 연기를 하고,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음악가는 음악을 하고,
기자님은 글을 쓰는데, 이 모든 게 힘이 있다고 믿거든요.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이 문장을 체크해둔 이유는 단순하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창작물로 위로를 받았다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아직 “위로 받았다”는 말을 직접 들어본 적은 없다.
그래도 언젠가 나의 창작물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건 내 목표이자 다짐 같은 문장이다.


"얼마 전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가장 큰 행복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나눠 먹는 걸 꼽더라고요.
크게 공감했어요."


아마 그때 내가 ‘행복이 뭘까’를 고민하던 시기라서 더 눈에 들어왔던 문장 같다.
생각해보면 정말 별거 아닌데, 결국 이런 게 행복일지도 모른다.
여러분도 행복을 멀리서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놓치고 있었서 몰랐을 뿐이지, 아마 내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걸 먹던 시간이었을 거다.


"개인적으로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한자성어를 좋아해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라는 뜻이죠.
실력이든 인성이든, 차근차근 쌓아가다 보면
언제고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지 않을까 싶은 거죠."


나는 살면서 뒤늦게 깨달은 게 있다.
허투로 보낸 시간은 없더라.
눈에 확 띄는 변화는 아니어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분도 지금 이 시간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까.
모두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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