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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Apr 02. 2024

부당하게 대우받으며 일하지말자

근로계약서는 정식 근무 전에 교부받기

나는 가게를 폐업한 지 한 달이 한 달이 채 지나기 전에 유학원에 취업했다.

원장님이 내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인터뷰를 한 지 10분도 안 돼서 첫 출근일을 잡았다.



나의 주 업무는 유학원의 SNS 운영이었고 그 외의 업무로는 설명회 준비, 비자 신청 등의 사무업무를 맡았다.

직원은 나와 원장님을 포함해서 5명도 되지 않았다.

첫 출근일이 되고 나는 바로 그만둬야 하나 고민을 했다.

20대 초반이었던 나에게는 재밌고 즐겁고 동료들이 많은 직장에서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첫 출근일에 나의 전임자와 같이 일을 하게 됐었는데, 나의 전임자는 너무 괜찮은 직장이라며 나중에 그만둬도 늦지 않으니 조금 더 일해보라고 추천했다.

나중에 다른 직원 언니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빨리 그 직장을 벗어나고 싶은데 후임이 구해지지 않아서 그냥 해 본 소리였다고 한다.



처음에 비자 대행 업무를 해보기 전에는 비자 업무가 다른 사람에게 맡길 정도로 어려운가 싶었다.

역시, 사람은 해봐야 안다.

이것저것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한 두개가 아니었다.

통장잔고 증명서를 준비해야 한다는 게 새로 알게된 사실이라 그런지 제일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내가 혹시라도 글자 하나로 실수해서 미국 비자 수수료는 몇십만원에다가 대행을 맡긴 친구들이 인터뷰를 못 해,캠프를 못 가게 될까 봐 벌벌 떨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혹시라도 글자 하나라도 잘못 써서 비자 신청이 반려될까 봐 엄청 마음 졸여가며 일했다.

비자 수수료만 해도 몇십만원인데 캠프 비용까지 생각하면 지금도 손이 벌벌 떨릴 정도다.

미국 존스홉킨스에서 진행하는 영재 캠프가 있는데 거기에 가는 학생들이 주 고객이었다.

미국에다가 손꼽히는 대학이다 보니, 캠프 비용이 고작 몇주 가는데 가볍게 몇백이 든다.



일하면서 세네번 정도 학생들 공항 수속을 도우러 가기도 했었다.

새벽에 나오다 보니 대중교통도 없어서 택시를 타고 공항버스 정류장에 가야 했다.

출퇴근 기록을 하는 기계까지 있던 곳이었지만,

이른 새벽에 그곳까지 가는 나의 교통비와 수당을 챙겨주는 일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것부터 하나하나 다 마음에 쌓여갔다.



퇴근 기록을 이미 한 상태에서 집에 가려는데 다시 부르는 것도,

퇴근 후에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하는 것도,

거절을 잘하지 못하는 나에겐 스트레스 그 자체였다.



정말 최악인 곳이구나 생각했던 건, 도난 사건이었다.

내가 없었던 시간에 방문한 학부모가 선글라스를 두고 갔다고 했다.

그곳은 CCTV가 따로 없는 곳이었는데, 학부모가 말한 선글라스는 따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그 시간대에 있던 다른 언니가 의심받았다.

얼마나 기분 나쁜 일인가.

안 했다고 직원이 이야기하면 적어도 우리끼리 있을 때는 믿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은연중에 나오는 언니에 대한 의심은 나를 향한 화살이었을 수 있었다는 생각에 빨리 그만두고 싶었다.



퇴사하겠다고 한 뒤에 나는 후임이 뽑히기를 기다렸다.

이삼개월이 지났지만 인터뷰하러 오는 직원조차 없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원장님은 내가 노무사에게 부당대우 받은 부분을 상담받았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그제야 나는 근로계약서 작성과 밀린 수당 정산 그리고 퇴사를 할 수 있었다.

원장님의 조치만 봐도, 내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 나를 위해서라도 근로계약과 관련한 사항들을 꼼꼼하게 확인한다.

내가 업주였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부분을 원한다거나 시간만 보내러 출근하지 않는다.

대신 그만큼 내가 주장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속으로 끙끙 앓지 않고 알차게 주장한다.

마음고생을 많이 하기는 했지만, 그만큼 좋은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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