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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Mar 28. 2024

사람 공부하기에 최적의 장소

자영업? 투자? 동업? 물음표만 남긴 우리의 가게

가족 외에도 가족 지인의 가족과도 함께한 동업이었다. 몇십년을 알고 지낸 가족과 친척들끼리도 의견이 안 맞는데, 친구는 얼마나 더 안 맞겠나. 시작부터 시스템을 맞춰나간 것도 아니었는데, 나중엔 갑자기 장어를 추가하자고 했다. 옆 가게가 전문적인 장어집만 아니었다면 내가 그렇게 날이 서지도 않았을 텐데. 결과적으로는 장어가 추가되기는 했지만, 손해만 보고 말았다. 내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 건, 다 같이 동업하는 가게에 지인과 와서 ‘공짜’로 먹는다는 것이었다. 하루는 그냥 나가길래 붙잡고 장난식으로 이야기했다. 계산은 누가 하시는 거냐고. 그저 한참 바라보다가 귀엽다며 볼을 꼬집고 나가더니 내 부모님께 전화해서 온갖 성질을 부렸다고 한다.



운영하는 사람들끼리도 이렇게 안 좋은데, 직원들끼리 좋을 리도 없었다. 심지어 나는 주인임과 동시에 일하는 사람이다 보니, 손님들에게 친절하지 않은 직원을 보면 말이 예쁘게 나가지 않았다. 내가 조금 더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바쁜데 이렇게 하나하나 다 해주면 안 된다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여전히 비슷하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다. 그런 이야기를 속으로만 담고 있다 보니 일하는 게 너무 심적으로 힘들었었다. 손님들도 역시 좋은 분들만 있을 리 없었다. 소고기 한접시에 반찬들까지 다 먹고는 집에 가서 배탈이 났으니 책임지라는 전화가 온 적이 있었다. 당일에 배탈이 났다는 다른 손님은 없었다. 우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정확한 배상을 위해서 우선 진단서부터 보내주실 수 있겠냐고 말씀드렸다. 그 이후로 온 연락은 없었다. 술 먹고 진상부리는 손님들은 어디에나 있으니 따로 더 적어보지는 않겠다. 24시간 내내 영업하는 곳이었다 보니 정말 다양한 손님들과 그 손님들의 사연을 접할 수 있었다. 사람 공부하기엔 정말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적자가 나지 않는다면 이런 건 다 기분 좋게 넘어갈 수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월세, 인건비, 재료비 등으로 허덕이던 우리 가게는 뿌듯한 숫자들로 일일 매출표를 채울 수 없었다. 우리 식당은 정말 손님이 많은 곳이었지만, 경영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운영하다 보니 투자금 회수는 어려웠다. 그래도 한국 사회를 전혀 모르던 나에게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가게를 폐업한 뒤에는 잠시 단기알바를 하다가 나는 유학원에서 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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