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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엄마, 며느리, 그리고 나—

보건소 공무원 1편

by 팬지

★ 인터뷰를 읽기 전에

- 이 인터뷰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반말로 진행되었지만, 여러분이 읽기 편하도록 존댓말로 재구성했습니다.

또한, 직업별로 1편과 2편으로 나누어 연재될 예정입니다.

전문적인 직업 분석이나 심층 취재가 아니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가벼운 인터뷰입니다.


- 특정 직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삶을 살고, 이런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구나." 하는 점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결국, 이 인터뷰는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은 모두 제 지인들입니다.

인터뷰이의 신상 정보(이름, 근무지 등)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기록이며, 허락 없이 다른 곳에 가져가거나 재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이번 편은 총 3편에 나뉘어서 발행될 예정입니다.


1.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며느리로 살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해오다가 예상치 못하게 보건소에서 일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쭉 이어오고 있습니다.


2. 어떤 일을 해보셨었는지 궁금합니다.

인생을 반세기 정도 살다 보니 정말 다양한 일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영어 교재 홍보기획실에서 약 10년 정도 일했고, 그 후에는 영어학원 원장으로 약 8년간 일했어요. 성과가 좋아서 ‘아, 나는 자영업에 재능이 있구나’라는 헛된 자부심이 생기기도 했죠.

학원을 매도한 이후에는 카페를 시작했는데, 상황이 좋지 않아서 결국 매도하게 됐고요.

잠깐 맥도날드 크루로도 일해봤고, 중간에 병원에서 외국인 안내 봉사활동도 했었어요.

아시다시피, 현재는 보건소에서 일하는 중입니다.


3. 어렸을 때 꿈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때 장래희망을 그림으로 그려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제가 광고 기획하는 모습을 그렸더라고요.

그걸 나중에 아버지가 보여주셔서 ‘아, 내가 그런 꿈을 꿨었구나’ 하고 알게 됐어요.

하지만 인생이라는 게 다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잖아요?


4. 그렇다면 현재 보건소 공무원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평소에도 관심 가지고 있으셨나요?

사실 처음부터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때 맥도날드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집 근처에 사는 친구가 보건소 임기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었거든요. 그 친구가 주민센터에서 6주간 국가재난지원금 관련 일을 한번 해보라고 권해서 지원하게 됐어요.

민원 처리하는 일이 의외로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일찍 출근해서 테이블도 닦고, 어르신들이 오시면 달려가서 부축해 드리고요.

그런데 그런 모습들을 주무관님께서 좋게 봐주셨어요.

나중에 비슷한 채용 공고가 나오니 꼭 지원해 보라고 추천해 주셨고,

결국 보건소에 지원해서 합격하게 됐습니다.


5. 현재 보건소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시나요?

현재는 코로나 치료제와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어요.

관내 약국, 병원, 조제기관, 투여기관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고요.

또 법정 감염병 담당자로서 관련 업무도 처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관련 각종 증빙 업무도 함께 하고 있어서 꽤 다양한 일들을 맡고 있다고 보시면 돼요.


6. 하루 일과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아침 6시 20분쯤 일어나서 집안일을 하고, 첫째 아이 도시락을 챙겨주고,

90세 시어머니 식사까지 챙긴 후 9시까지 출근해요.

보건소에서 일하고 저녁 7시 30분쯤 퇴근하면 운동을 하고, 집에 오면 밤 10시쯤 돼요.

그 후에는 제 시간 가지면서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다가 자정쯤 잠자리에 들어요.

하루가 정말 꽉 차 있어요.


7.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아무래도 코로나라는 질병 자체가 워낙 새롭고,

걸리면 큰일 난다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민원 처리에서 어려움이 많았어요.

특히 병상 제한도 있어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대응해야 할지 모두가 혼란스러운 시기였거든요.

지침도 명확하지 않았고, 극도의 혼란 속에서 민원을 상대하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8. 보건소 공무원이 되기 전 상상했던 모습과 지금 실제 모습 중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태어나 살아보니 인생은 정말 상상이나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다른 점이 뭐였을까?” 하면 딱히 떠오르지는 않아요.

다만, 내 몸이 피곤해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더 움직이고,

더 일하려고 노력하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어요.


9. 보건소에서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보람을 느낀 순간은 정말 많아요.

제가 노력해서 민원인들이 조금이라도 더 만족하고,

조직에 이바지할 수 있었다는 느낌이 들 때 큰 보람을 느껴요.


10. 반대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업무 자체보다도 집과 일의 균형을 맞추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이 일을 시작한 게 아이들이 학교 졸업하기 전이었는데, 한 달에 두 번밖에 못 쉬었던 적도 있었거든요.

저녁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일하다가, 너무 늦게 퇴근하면 택시 타고 집에 가서 또 집안일 하고…

시간이 정말 부족해서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다음주 목요일,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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