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공무원 2편
- 이 인터뷰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반말로 진행되었지만, 여러분이 읽기 편하도록 존댓말로 재구성했습니다. 또한, 직업별로 1편과 2편으로 나누어 연재될 예정입니다. 전문적인 직업 분석이나 심층 취재가 아니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가벼운 인터뷰입니다.
- 특정 직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삶을 살고, 이런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구나." 하는 점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결국, 이 인터뷰는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은 모두 제 지인들입니다. 인터뷰이의 신상 정보(이름, 근무지 등)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기록이며, 허락 없이 다른 곳에 가져가거나 재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지금 감염병 담당 업무를 하고 있어요. 다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법정 감염병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사실 법정 감염병은 국가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꼭 예방하고 확산을 막아야 하는 질병들만 지정돼요. 코로나처럼 전 세계적인 이슈가 아니더라도, 어떤 질병이 법정 감염병에 속하는지, 또 우리가 일상에서 조심해야 할 호흡기 감염병에는 어떤 게 있는지 한 번쯤은 알아주셨으면 해요.
호흡기 감염병을 예방하려면 기본적으로 어떤 수칙을 지켜야 하는지도 중요하거든요. 이런 기본적인 지식과 예방 수칙만 잘 챙겨도, 특히 기저 질환자나 고령자, 면역이 약한 분들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돼요.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평소에 작은 예방부터 실천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땐 정말 아무도 이 바이러스에 대해 잘 몰랐잖아요. 전 세계 누구도 정답을 알지 못했던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때 저는 보건소 콜센터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콜센터의 역할이 정말 커졌죠. 확진자와 접촉자를 정확히 분류하고, 자가격리 안내를 하고, 현장 역학조사를 지원하는 일이었는데요.
만약 콜센터에서 잘못된 안내나 미흡한 분류가 이루어지면, 현장에서 더 큰 혼란과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었어요. 그래서 그 어떤 때보다 중요한 ‘기초 역학 조사’ 업무였다고 생각해요. 콜센터에서 6개월 정도 일을 했고, 이후에는 직접 현장 역학조사에도 참여했어요. 확진자를 관리하고, 전반적인 조사 업무를 맡으면서 정말 치열하고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간이 너무나 보람찼어요. 나라와 지역, 그리고 누군가의 안전을 위해 일한다는 마음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했던 시간이었어요.
아무래도 가장 바빴던 시기는 코로나 초기였던 것 같아요. 그땐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 잡히기 전이라, 전 세계적으로 다들 혼란스러웠잖아요. 그 혼란 속에서 시스템을 하나씩 세팅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정말 분주했어요. 업무량이 많아서 바빴다기보다는, 뭔가 처음부터 차근차근 만들어가야 했던 시간이라 몸과 마음이 다 바빴던 것 같아요.
최근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법정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가 가장 바쁜 시기예요. 예를 들어 홍역이나 수두 같은 감염병이 학교나 직장에서 집단 발생하면, 현장 역학조사를 나가야 하거든요. 정해진 시간 안에 접촉자를 분류하고 필요한 조치를 다 마쳐야 해서, 그 짧은 시간 안에 정말 많은 걸 해내야 하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런 시기가 되면 단위 시간 안에 몰아치는 업무 때문에 가장 분주해져요.
아무래도 코로나19 초기 시기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시스템도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하루하루 상황이 급변하다 보니 민원 처리도 정신적으로 많이 소모됐어요. 어떤 지침도 없이 진행해야 하는 상황도 많았고, 현장에서 접촉자 분류나 자가격리 안내 같은 민감한 업무를 할 땐 극도의 긴장감과 부담감이 따랐죠.
개인적으로는 집과 일의 균형을 맞추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어요. 퇴근하고도 쉴 틈 없이 집안일과 가족 돌봄을 해야 했고, 저녁 먹을 시간조차 아까워서 택시 타고 집에 가서 바로 다시 일하고… 몸도 마음도 지치는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민원인을 응대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건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 것’이에요. 같은 설명이라도 누가 듣느냐에 따라 전달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느꼈어요. 예를 들어 연세가 많으신 분이나 관련 정보가 생소한 분께는 TV에 설명하듯 더 쉽고 구체적으로 풀어 설명해야 이해가 잘 되더라고요. 반면, 젊고 이해도가 높은 분들에겐 간결하고 핵심적으로 요점을 짚어주는 방식이 더 맞고요. 똑같은 설명을 모든 분께 똑같이 드린다면, 오히려 양쪽 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걸 업무를 하면서 깨달았어요. 그래서 늘 상대방의 상황과 이해도를 고려해서, ‘이분께는 어떻게 말씀드려야 더 잘 이해하실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고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사실 이 일을 아주 오래전부터 해오던 사람은 아니에요. 직장 생활도 해보고, 자영업도 해보고…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코로나라는 신종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우연한 기회로 보건소에서 일하게 됐거든요. 처음에는 그저 새로운 일이었는데, 하다 보니까 보람도 있고, 즐거움이나 만족감도 느껴지더라고요. 그게 지금까지 이 일을 계속하게 해준 가장 큰 이유 같아요.
동기부여라면… 음, 가끔은 ‘내가 이 일을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해요. 이 일이 계약직이다 보니, 내가 잘하고 자리를 만들어가야 인정받고 계약이 연장되고, 그래야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면 조금 지칠 때도 다시 마음을 다잡게 돼요. 의욕이 살짝 떨어졌다가도 ‘내가 이 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다시 동기가 생기고요. 그리고 지금 맡고 있는 감염병 담당 업무는 사실 파고들면 한이 없어요. 상급 병원 감염관리실 담당자분들은 다 전공자, 전문가들이시잖아요. 저는 비록 행정직이지만, 그래도 그분들과 소통할 수 있을 정도의 기본 지식은 쌓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늘 공부하려고 노력해요. 그러다 보니 조금씩 업무 역량도 늘어나고, 그게 또 자연스럽게 보람이 되고, 다시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몸이 허락하는 순간까지는 적절하게 일을 하는 게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생각해요.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조직의 구성원으로서의 나’를 생각하게 됐다는 점이에요. 예전에는 나 개인의 일, 나 개인의 성취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내가 속한 조직과 동료, 그리고 함께 만들어가는 일의 흐름을 더 많이 고민하게 됐어요. 또 하루 일과를 시간 단위로 나눠서 효율적으로 보내는 습관도 생겼어요. 일뿐만 아니라 집안일, 가족 돌봄, 운동, 독서까지—이렇게 시간을 쪼개어 계획하고 실천하는 방식으로 삶의 리듬이 바뀐 것도 커요. 현장에서 역학 조사 업무를 하면서 다양한 역할을 분담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동료애’도 더 깊어진 것 같고요. 그런 변화들이 저에겐 긍정적인 성장으로 다가왔어요.
보건소는 아시다시피 감염병 이슈가 있을 때와 없을 때 분위기가 조금 달라요. 기본적으로는 각자 맡은 업무가 정해져 있거든요. 1급 감염병 담당, 2급, 3급, 의료 관련 담당, 감염병 담당… 이렇게 나뉘어 있어요. 그런데 어떤 감염병이 발생하면, 한 사람이 그걸 다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각자 맡은 일을 하다가 필요할 땐 다 같이 모여서 함께 대응해요. 늘 같이하거나 늘 따로 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움직이는 구조라 그런지, 오히려 그런 점에서 팀워크가 더 좋아요. 서로 각자의 업무를 존중해주면서도, 한쪽이 바쁘면 자연스럽게 도와주고… 그런 분위기예요. 전체적인 사무실 분위기는 코로나 한창일 때처럼 북새통처럼 바쁘진 않지만, 안정된 가운데서도 늘 뭔가 돌아가는 느낌? 겉으론 조용해 보여도 안에서는 각자 맡은 일이 빼곡하게 돌아가고, 그게 매일의 루틴으로 반복되는 그런 분위기예요.
네, 딱 두 분이 생각나네요. 공교롭게도 지금은 두 분 모두 다른 부서나 자리에 계시지만요. 한 분은 코로나 시기에 저희 보건소에서 총괄 업무를 맡으셨던 주임님이에요. 정말 수많은 업무가 폭주하는 상황에서도 단 한 번도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이 없으셨고, 중심을 아주 잘 잡으셨어요. 그분을 보면서 ‘아,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 하고 배웠어요. 200명 가까운 외부 지원 인력까지 함께 관리하셔야 했는데도, 누구 하나에게도 편파적이거나 개인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않으시더라고요. 각 사람의 장점과 보완할 점을 잘 파악해서 장점은 키워주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려고 늘 고민하시는 모습이 가까이에서 느껴졌어요. 업무 역량은 물론이고 인성까지 너무 훌륭하신 분이라, ‘이런 분이 진짜 롤모델이지’라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그리고 또 한 분은 감염병 총괄을 맡으셨던 다른 주임님이에요.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늘 친근하게 다가와 주셔서, 같이 일할 때 ‘아, 이렇게 하면 덜 힘들고 더 즐겁게 일할 수 있구나’라는 걸 많이 배웠어요. 업무적인 조언뿐 아니라 복무, 사람과의 관계 같은 부분에서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고요. 이제는 두 분 다 제 곁에 계시진 않지만, 그런 말 있잖아요. 함께 있을 땐 잘 모르다가 자리가 비면 더 크게 느껴지는 고마움.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앞으로는 이런 분들처럼, 누군가에게 좋은 기억과 고마움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 두 분은 저에게 정말 큰 도전과 본보기가 되어주신 분들이에요.
보건소 업무에서 가장 필요한 역량은 ‘전문성을 향해 나아가려는 의욕’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이게 없다고 일이 돌아가지 않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런 노력이 더해지면 훨씬 유연하고 원활하게 업무를 이어갈 수 있거든요. 저희 보건소에는 예를 들어 삼급 담당자가 저 혼자일 때도 있어요. 그러면 제가 그 업무의 대표자가 되는 거죠. 제 역량이 부족하면, 외부에서는 ‘저 보건소는 저런가 보다’라고 평가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지침을 잘 따르면서도, 현장에 맞게 약간의 재량과 유연성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렇게 해야 외부 기관이나 관련 기관과도 원활히 소통하며 업무를 진행할 수 있거든요. 성격적으로는 아무래도 ‘소통’이 정말 중요해요. 민원인뿐 아니라 질병관리청, 의료기관, 시청 등 다양한 기관과도 소통해야 하거든요. 관계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수년 이어지다 보니 꾸준하고 원활한 소통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다음주 목요일에 인터뷰 마지막 3편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