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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Apr 09. 2024

욕망에 충실한 나의 반려묘, 마린

<삶의 다정한 목격자>


 '놀아줘' 심심한 마린의 방해공작


나의 아침은 새벽 5시에 시작된다.

자의에 의해서는 아니다.

나의 고양이들 중 한 마리가 꼭 그 시간쯤에 일어난다.

그 녀석의 이름은 ‘마린’이다.

나린이는 곁에서 자는 루나(또 다른 고양이)와 달리 캣타워에서 잔다.

잠에서 깨면 ‘앙’하며 다가와서는 옆에 누워 골골댄다.

그런 녀석을 쓰담쓰담해주면 더 큰 소리로 골골골 댄다.

가끔은 엉덩이를 얼굴 쪽에 들이대 당황스러울 때도 많다.

그 후엔 사료를 먹고, 화장실로 향한다. 나름 루틴이 있다.

(아주 때때로 그대로 옆에 누워 잠들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녀석이 내 배 위로 올라간다.

‘억, 무겁다. 마린아 ’

한마디 하려는데, 녀석이 투박한 발로 내 배에 꾹꾹이를 하는 것이다.

이불에 꾹꾹이를 하는 쪽은 다른 고양이 ‘루나’여서 마린이가 꾹꾹이를

하는 것은 참 오랜만에 보았다. 그것도 내 배에.

조금 무겁고 간지러웠지만 녀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참았다.

잠결이었지만 너무 사랑스러운 행동에 행복하게 잠을 깼다.

     

마린이는 매우 욕망에 충실한 녀석이다.

그리고 솔직하게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는 고양이다.     

맛있는 걸 달라, 오앙 우앙

심심하다 놀아달라, 뿌엥

예뻐해 달라, 아앙

거기 내 공간이야 비켜, 이야 아옹

졸린 데, 자기 싫은데, 오앙 아앙, 우앙

(녀석은 높은 곳에서 내려올 때조차 소리를 내는 꽤 시끄러운 녀석이다.

최근엔 나를 향해 달려오는데 마치 ‘엄마’라고 하는 것처럼 들렸다. 

이러다 사람 말을 할 기세)     

특히나 사랑받고 싶은 욕구도 강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적극 표현한다.

아침엔 내가 부엌으로 가면 습식사료를 달라며 내 얼굴을 보고 ‘우아아앙’

한다. 

표현에 솔직한 고양이인 것이다. (그리고 꽤 똑똑한 것 같다)


한 번은 녀석이 똥이 묽은지 엉덩이에 똥을 잔뜩 묻히고 똥스키를 해놔

어쩔 수 없이 녀석의 똥꼬를 물로 닦아준 적이 있다.

그랬더니 녀석은 내 얼굴을 보며 큰 소리로 ‘이야 아옹’(마치, 너 나한테 왜 그래? 나는 듯)

울었다. 그래서 바로 ‘미안해’ 할 수밖에 없었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마린이는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쪼르르 달려와 중문 앞에 앉아 있는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오면 먼저 앞장서서 걷는다. 꽤 도도한 뒤태로.

그리고 이쯤이면 됐구나 싶은 거리에서 집사의 다리에 몸을 비비고, 똥꼬를 갖다 댄다.

그리곤 벌러덩 누워서 ‘이제 나를 사랑스럽게 만져줘’를 한다.

장난기가 발동해 만져주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서, ‘이리 와’하면

벌떡 일어나 강아지처럼 다가온다.


그건 마린이의 사랑받고 싶은 욕구이자, 솔직한 사랑의 표현일 것이다.     

그런 마린이의 적극적인 구애와 사랑 덕에 내 삶은 조금 더 풍요로워졌다. 

일찍 잠에 깨서 피곤하고, 때때로 똥 실수를 해서 번거롭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위로받고 또 덕분에 행복하다.


솔직함이 모든 부분에서 미덕일 수만은 없지만, 때론 마린이처럼 솔직해보자 싶다.

지금 내가 욕구를 찾아가는 것에 집중하는 것처럼,

그건 나 자신을 표현하고 사랑하는 또 다른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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