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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Apr 25. 2024

템플 스테이, 완벽했던 첫 경험

<욕구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주말, 가장 기온이 높았던 날 도봉산 천축사에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지난겨울에 가고 싶었지만 사정상 가지 못했고, 이제야 가게 되었다,

템플 스테이는 산사에서 수행자의 일상을 경험하는 전통문화체험이다.     

사실, 템플 스테이는 관심 밖이었다. ‘굳이..’라는 생각이 먼저였다.

가고 싶다는 욕구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템플 스테이를 떠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천축사는 도봉산에 위치해 있다.

도봉산역에서 한 시간 정도 소요 되기 때문에 등산화도 준비하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헌데, 문제는 날씨였다.

한낮 기온 25도에 2시까지 입실이어서 12시 30분가량 등산을 시작하다 보니

그야말로 땡볕에 산을 올라야 했다.

여름 더위야 여름이니까 당연히 덥지 하는 너그러운 마음이 생기는데,

4월의 무더위엔 이상하게 마음이 옹졸해진다.     

산을 오르면서 점점 대화가 없어지고, 얼굴은 점점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 와중에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며 존경심이 생겼다.

‘맞아.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지’를 새삼 다시 느꼈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 올랐을까.

드디어 목적지인 천축사에 도착했다.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천축사에 도착하니 옹졸했던 마음도

너그러워지는 듯, 개운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모태신앙을 가지고 있는데, 이상하게 절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렇게 시작된 템플스테이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안에 많은 것들이 비워지고 

채워진 시간이었다.     


‘나를 찾고, 나를 알고, 나를 보라’     


이번 템플스테이는 내가 요즘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더 끌렸는지도 모른다. 모든 건 때가 있다는 말을 실감하던

순간이다.     


도을 스님과의 아침 명상 시간, 스님은 ‘알아차림’, ‘나에 대한 돌봄’, ‘분별하지 말 것’, 

삼감삼불‘등 다양한 말씀을 해주셨다. 가장 강조하신 부분은 ’ 알아차림‘ 

’나 자신에 귀 기울이고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이었다.      


“인도의 여성 명상 지도자인 프리타지(Preehtha ji)는 삶에 두 가지 길이 있다고 말했다.

외부 세상, 즉 행위에만 몰입하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삶과 내면 세상, 즉 내적인 영역에 

함께 주의를 기울이며 살아가는 삶이다. 돈을 벌고, 돈을 쓰고, 여행을 가고, 자기 계발에 하는 우리의 모든 행위는 외부 세상에 대한 것이다. 몸에 대해 소비하고, 노화를 걱정하고, 수술대에 눕는 것도 모두 외부 세상의 것이다. 문제는 일련의 행위 속에 내적인 영역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데에 있다. 어느 날 달라진 자신의 외모가 낯설 수 있다. 하지만 그 낯섦을 두려움으로 받아들일수록 소비 행위로 도망치는 선택은 빨라지고 만다. 내면 세상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이러한 두려움의 상황에서 행위(외부 세상에 힘을 가하는 방식으로 선택하는 것, 즉 수술을 선택하고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착각하는 것)로 도망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내 마음속에 두려움과 불안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을 거부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것이다. 그 감정을 통해 자신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볼 용기를 내는 것이다.”

-곽정은 <마음 해방> 중에서-  

   

스님 말씀처럼, 다른 사람의 안부를 묻듯, 나에게도 매일 안부를 묻는 것이다.

“잘 잤어?”

“몸은 어때?”

“요즘 괜찮아? 힘들진 않아?” 하고 말이다. 

    

’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괜찮아 ‘라고 하지만, 나를 먼저 챙기는 것이 쉽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중요한 사람, 상대의 분위기나 기분을 예리하게 눈치채는 사람, 그런 것들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사람...

하지만 언제나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일 것이다,

한 참 BTS에 빠져있을 때(물론, 지금도 나는 그들을 응원하고 사랑한다. 그리고 기다린다.)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 <Love Yourself>가 참 좋았었다.     

내가 나의 욕구에 집중하고자 하며 느꼈던 것 또한, 결국 이 모든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나를 사랑하는 일이 서툴러도 괜찮다.

첫발을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이제야.. 하고 후회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다.

나에게 안부를 묻고, 나에게 관심을 갖고, 나의 내면에 귀 기울이면 된다.  

   

참고로, 템플 스테이를 가게 된다면 꼭 108배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휴식형을 선택해 사실 108배는 프로그램에 없었다.

헌데, 참가자 중 한 분이 108배에 대해 문의하는 바람에 108배를 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그분께 매우 감사한다.     


산을 내려오며, 천축사의 스님을 포함한 모든 분들과 함께 템플 스테이에 참가한 사람들의 

건강과 평안을 빌었다.

산을 오르며 보이지 않았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마지막화에서 미정은 말한다.

'내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하다고'

'사랑으로 충만한 삶'

나의 삶도 그런 삶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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