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편식을 한다.
잘 통하는 방식이 생기면 그것만 반복했다.
한 번 성공한 패턴이 생기면 거기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았다.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먹기 싫은 건 아예 손도 대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건 여러 번 시도한 끝에
"이건 나와 안 맞는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들이다.
옷도 그랬다.
수많은 실패 끝에 겨우 자리 잡은 내 취향이 있다.
한 번 입고 성공한 실루엣이면 색만 바꿔 두 벌을 사고,
예뻐서 사 온 귀걸이가 집에 이미 하나 더 있던 적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 "이건 완전 너 스타일이야"라고 말해줄 때,
나는 오히려 그 말이 좋았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는 너무 고여 있는 걸까?
내가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나를 가두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라도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닌 옷을 입어보고,
다시 멀리했던 음식에도 조심스럽게 젓가락을 얹어본다.
대단한 변화는 아니다.
그냥, 잠시 문을 열어보는 정도다.
그런데 그 조그만 틈 사이로 생각보다 많은 것이 들어온다.
어울릴 거라 생각도 못했던 옷이
의외로 나에게 잘 맞을 때가 있고,
한 번도 좋아한 적 없던 맛이 어느 날은 이상하게 입에 붙는다.
취향을 지키는 건 나를 단단하게 하는 일이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건 나를 넓히는 일이다.
새로운 시도는 내가 가진 취향을 뺏어가는 게 아니라,
취향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그래도 여전히 나다.
하지만 예전보다 조금 더 넓어진 나다.
문을 열더둔 채로 살아가는 게,
닫아둔 채로 사는 것보다
조금 더 나에게 솔직한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