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늘수록, 사람의 일은 또렷해진다

by 캡틴판양

물건값 30배 시대, 그리고 AI가 빼앗아가는 자리들

— 그럼에도 결국 사람에게 다시 돌아오는 일

MART — 너무 빨리 바뀌는 세상에서

요즘 뉴스만 보면 마음이 한 번씩 덜컹한다.
얼마 전엔 물건값이 30배로 찍혔다는 기사가 있었다.


“물건값 30배 물어내래요”… 다이소 다녀왔다가 ‘청천벽력’, 나이 많을수록 ‘더 당한다’

(물건값 30배 찍힌 가격 오류 논란 기사 참고)


“물어내세요.”
“다시 가져오세요.”
이런 말들이 마치 자동문처럼 건조하게 오고 간다.

원래 계산대는 사람과 사람이 마주 서서 작게라도 고객에게 말을 건네고
서로의 기분을 느낄 수 있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점점 그 자리를 ‘기계’가 대신하기 시작했다.

이 미래가 가장 먼저 시작된 미국·영국 대형 유통사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셀프계산대를 도입하며 “비용 절감”과 “속도”를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그리고 우리가 놓치면 안 될 국내 현실도 있다.

홈플러스 사태다. 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는 매장 곳곳에서

상품이 비어 있거나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고객과 납품업체 모두 불안감이 높아졌다.

이 사태는 단순한 재정 문제를 넘어 오프라인 유통의 존재와 대형마트의 역할

그리고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자리까지 한 번 더 되묻게 하는 일이다.


HEART — 사람이 빠지자, 불편함이 먼저 들어왔다

해외 고객들은 셀프계산대를 더 오래 써본 만큼 불편함도 더 빨리 겪었다.

도난은 늘었고, 계산 오류는 잦았고,
노년층과 아이를 동반한 고객은 결국 직원 도움을 다시 찾게 됐다.

(사실 나 역시 셀프 계산대에서 직원을 호출한 경험이 여러 번 있다)

셀프여야 편한데, 아이러니하게도 더 손이 많이 갔다.


셀프계산대 뒤에 다음 손님이 하나둘 늘어나 기다리고 있기라도 하면,

계산하는 손은 더 느려지고 마음만 급해진다.
급해질수록 실수는 늘고, 결국 더 늦어진다.

편리함을 기대했는데,

정작 남은 건 조급함과 눈치였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지금 셀프계산대를 철거하거나 축소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월마트 일부 매장,
영국 대형 유통사들 역시
사람이 다시 계산을 돕는 방식으로 돌아서고 있다.

도입도 먼저 한 해외가 불편함 역시 먼저 느끼고 철거 역시 먼저 하고 있다.


“기계가 더 합리적일 거라 믿었는데, 막상 고객이 선택한 건 결국 사람이다.”

이 말이 점점 더 사실이 되고 있다.


HEART — 감정노동자는 줄어드는 게 아니라, 밀려나고 있다.

이 변화는 마트에만 머물지 않는다.
감정노동의 대표 직업이었던 고객센터 상담원의 일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보험사를 포함한 금융권은 AI 상담·안내 시스템을 적극 도입 중이다.
기본 안내, 간단한 청구, 반복 질문은 기계가 먼저 응대한다.

사람 상담원은 점점 뒤로 밀려나 더 복잡한 민원만 맡게 된다.


물론 효율은 좋아진다.
대기 시간도 줄어든다.

하지만 보험은
‘정보’보다 ‘상황’을 말하는 일이다.
사고, 병원, 비용,
그리고 고객의 마음속 걱정까지 함께 나온다.

이때 필요한 건 정확한 안내보다
“아, 이 사람이 내 얘길 듣고 있구나”라는 감각 아닐까?


AI는 설명은 잘하지만,

“많이 놀라셨겠어요.”

“오늘은 제가 끝까지 도와드릴게요.” 이런 말을 고객에게 할 수 없다.

아니, 할 수는 있지만 ‘느끼게’ 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감정노동은 사라지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다시 필요 해질 것이다.



ART — 결국 사람의 일이 예술이 되는 순간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다.
마트도, 금융도, 사무도 이미 절반은 자동화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계가 많아질수록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 더 또렷해진다.

셀프계산대가 멈추면
고객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을 부른다.
AI가 상담을 대신해도
마지막엔 “상담원 연결해 주세요”를 누른다.
정보는 기계가 주지만,
판단과 안심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우리 판촉사원들이 하는 일도 같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외워서 감정 없이 하는 멘트가 아니라
그날의 고객 표정,
고객의 말투와 온도,
한 박자 늦춰서 기다려주는 태도다.

이건 기능이 아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예술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믿는다.


AI가 효율을 만들 때, 사람은 관계를 만든다.
기계가 자리를 대신해도 마음을 대신할 순 없다.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는
그 누구도, 어떤 기술도 흉내 낼 수 없는
사람의 예술성 위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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