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가 함께하는 러브패밀리의 연말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이 말이 이렇게 오래 우리 곁에 머물 줄은 몰랐다.
우리는 매년 연말이면,
마치 의식처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우리 가족만의 축제를 연다.
엄마의 생신이 연말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생신 파티이자 가족 송년회가 되었고,
올해도 어김없이 서산의 60평짜리 독채 펜션에 러브패밀리가 모였다.
우린 5남매다. 5남매의 조카들까지 모두 모이면 스무 명은 족히 넘는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알게 되었다.
사람 수를 늘리는 것보다 서로의 시간을 맞추는 일이 훨씬 더 어렵다는 걸.
그래서 우리는 방식을 바꿨다.
5남매를 기준으로 날짜를 정하고,
그 시간에 함께하고 싶은 조카가 있으면 그 만큼만 함께하기로.
모두를 만족시키려 애쓰다 아무도 편하지 않은 것보다는,
가능한 만큼만 진심을 담는 쪽을 택했다.
행사를 앞두고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을 공지하고,
나는 며칠 동안 퇴근 후 집에서
엽서를 만들고, 순서를 정하고, 선물을 포장하고,
우리 가족만 이해할 수 있는 ‘핫타임 스케줄’을 적어 내려갔다.
솔직히 말하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수고로움이 가족의 웃음이 될 수 있다면,
이 정도 피로는 기꺼이 감당할 수 있었다.
아니, 피로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우리는 둘째날 저녁, 꽤 촘촘한 일정표를 들고 시작했지만
신기하게도, 4대가 함께 같은 리듬으로
우리만의 속도를 만들어갔다.
많이 웃었다. 정말 많이.
5남매야 그렇다 쳐도
사위, 며느리, 조카사위까지
이 가족의 텐션에 맞춰 자연스럽게 웃고 섞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억지로 맞추지 않고, 서로의 속도를 존중하며
같은 장면을 공유해 주었다.
그 모습이 참 고마웠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각자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같은 순간을 함께 웃으며 건너간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충분히 귀한 일이었다.
미스토리 선물로 웃고,
경매로 한바탕 떠들고,
그렇게 하루의 온도가 충분히 올라갔을 즈음,
마지막으로 LED 불을 켜는 시간을 가졌다.
올 한 해,
나 자신에게 토닥토닥 위로와 칭찬을 건네는 시간이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젊음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의 문제라는 걸
우리는 또 한 해 배웠다.
그리고 내년에도,
다시 이 말을 꺼낼 수 있기를
조용히 바라본다.
노세 노세.
지금처럼
이렇게 함께라면
더 없이 바랄게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