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을 ‘일기’에서 ‘서사’로 바꾼 순간
올해 가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송길영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기 위해 아무 곳에나 계정을 파고, 글을 남기는 것.”
대단한 플랫폼일 필요도 없고, 처음부터 잘 쓴 글일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어디에 쓰느냐가 아니라 계속 남기느냐라는 점이었다.
그는 기록을 통해 사람이 점점 ‘나다움’을 깊이 가져가게 되고,
그 기록들이 모여 결국 그 사람만의 타임스탬프가 된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하루하루는 비슷하다.
아침 기상부터 시작해서 출근을 준비하고, 일하고, 밥 먹고, 잠든다.
하지만 기록된 하루는 다르다.
그날의 선택, 말 한마디, 누구와 어떤 대화를 했는지 그 대화를 하면서
흔들린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나만의 서사가 된다.
나 역시 예전에는 세 줄 일기를 썼다.
그날 있었던 일을 간단히 적는 정도였다.
기록은 남았지만, 마음은 잘 남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 마음속으로만 도전(?) 해왔던 브런치 작가에 진짜 도전하면서
나만의 기록방식은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오늘 뭐 했는지’가 아니라 ‘특정한 그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쓰기 시작했다.
어떤 장면에서 멈칫했는지,
왜 그 말이 오래 남았는지,
그날 이후 내가 조금 달라진 건 무엇이었는지...
쓰다 보니 알게 됐다.
기록은 과거를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을 다시 만나는 시간이라는 걸.
그리고 신기하게도 글을 쓰면 쓸수록 대충 넘기던 하루를 대충 살 수 없게 됐다.
올해 내가 가장 잘한 일은 분명하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고,
그 기록이 단단히 이어져 9월,《마트하트아트》라는 책을 출간했다.
우연처럼 보이지만 우연은 아니다.
매일 남긴 기록이 나를 조금 더 솔직하게 만들었고,
그 솔직함이 다음 선택을 용기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기록은 취미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만드는 도전이라는 걸.
올해가 시작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계정 하나 파보면 좋겠다.
아무 곳에나.
완벽하지 않은 문장으로라도 시작해 보길 권해본다.
그게 언젠가 내년의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게 할지도 모른다.
“그때, 시작하길 참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