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세 가지 운
인생에 세 가지 운
사람은 태어나면서 세 가지 운을 타고난다고 한다.
바로 천운(天運), 지운(地運), 인운(人運)이다.
천운은 하늘이 정해준 운이다.
부모가 누구인지, 내가 태어난 환경, 성별처럼 바꿀 수 없는 것들이 포함된다.
지운은 타고난 재능을 말한다.
어떤 사람은 그림을 잘 그리고, 어떤 사람은 음악에 탁월한 능력을 타고나는데,
이런 것도 쉽게 바꿀 수 없는 운이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인운(人運)이 남아 있다.
이건 다르다.
인운은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어떤 인연을 맺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운이다.
인운은 내가 노력하고 가꾸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나 역시 인생의 여러 순간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인운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았다.
힘든 순간에도 좋은 사람을 만나면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반대로 잘못된 사람과의 인연은 나를 힘들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내 인생의 방향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원망이나 불만을 품고 인연을 끝내서는 안 된다.
얼굴에 불평이 가득한 사람에게는 아무리 좋은 운이 다가와도 금방 돌아서게 된다.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끝을 아름답게 맺으면,
더 좋은 인운을 만나게 된다.
인연이 끝날 때에도 처음 만났을 때의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으면,
그 인연은 나에게 더 큰 배움과 성장을 가져다주는 인운으로 남게 될 것이다.
어릴 적엔 천운 중에서도 부모운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아, 좀 더 부자인 부모님을 만났으면 어땠을까?
좀 더 선망받는 직업을 가진 부모님에게 태어났으면 나 역시 다른 삶을 살지 않았을까?’
소위 잘난 부모를 둔 친구들이 부럽고 샘이 나기도 했다.
스물아홉이 되던 해, 엄마 생신날이었다.
나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500만 원이 든 봉투를 손에 쥐고,
한 걸음 한 걸음 들뜬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엄마에게 이 선물을 줄 생각에 마음이 설렜지만,
한편으론 묘하게 무겁고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준비한 봉투를 엄마가 좋아하실까?
아니, 봉투에 담긴 건 돈이 아니라, 그동안 엄마가 자식을 위해 해주신
수많은 희생에 대한 작은 보답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난 딸 덕분에 먹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거 사.
이 돈은 오롯이 엄마를 위해 쓰세요”라는
쪽지와 함께 봉투를 건넸다.
엄마가 봉투를 받아 드는 순간, 잠시 멈칫하며 그 봉투를 바라보았다.
엄마의 눈가에 맺힌 눈물, 그 뒤에 숨어 있는 수많은 희생과 자식을 향한 사랑이 비쳐 보였다.
“잘난 딸 덕분에 이제 나도 한 번 호강 한번 해볼까?
고맙다, 내 딸.”
그동안 나는 잘난 부모를 둔 친구들을 부러워하고,
왜 내게는 그런 부모가 없는지 조금은 억울해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알았다.
부모님의 희생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 주었고,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도와준 건 바로 그런 부모님의 사랑이었다는 걸.
그 순간 나는 마음 깊이 다짐했다.
‘그래, 내가 부자 부모에게 태어나지 않았다면 내가 부모님께 남들이 부러워할 딸이 되어야지.’
내가 꿈꿨던 부자 부모님이 아닌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부모님이 있기에 오늘의 내가 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그들에게 인운을 돌려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겠다고.
모든 인연은 이렇게 순환하는 게 아닐까.
누군가의 희생이 다른 누군가의 행복이 되고,
그 인연이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
나는 오늘도 인운을 가꾸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