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턱 막혔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더니, 어느 순간 놓쳐버린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괜찮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것. 더딘 걸 걱정할 필요 없다. 멈추는 게 더 두려운 일이다. 나는 믿는다. 잠시 숨을 골랐으니, 다시 목표를 향해 뛸 것이다. 애쓴 하루였고, 오늘 푹쉬렴.
(2011년 3월 4일, 오른팔 직원에게 보낸 카톡)
사람을 이끄는 자리에 선다는 건, 매일이 불안과의 싸움이었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더니, 어느 순간부터 함께 달리던 사람들의 표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내가 제일 어려워했던 건 일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2011년, 내 직급은 '실장'이었다. 그때 인기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실장이었고, 최지우가 이병헌을 “실땅님”이라 부르며 화제가 되던 시절이었다.
직원들은 수시로 나를 불렀다. “실장님! 실장님! 실장님~!” 어느 날은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아 10분만 아무도 실장인 나를 부르지 말라고 말했던 기억도 난다. 처음 함께하는 고객사, 새롭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 직원들
모두가 불안했지만 특히 나 자신이 가장 불안했었다. 팀장들은 더욱 초조한 눈빛으로 나를 찾았고
뭐 하나라도 결정이 필요하면 실장님, 실장님을 외치며 나에게 달려왔다.
그 시절 나는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팀장들에게 말했다.
"아는 것이 힘이 아니야. 생각만 해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실천 없이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우종민 박사의 『마음력』에서 읽었던 문장이 떠올랐다. “1%라도 이해한 사람, 그걸 실천하는 사람이 진짜 행복한 사람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엑셀을 배우라고 하면 여전히 수동적이었고, 체력을 키우라 하면 집에서 뒹굴기 일쑤였다. 때로는 그런 그들을 보며 내 마음도 불안해졌다.
결국, 일이 어려운 게 아니라 사람이 달라서 결과도 달랐다. 누군가는 말 없이 책임을 다하며 믿음을 쌓아갔고 누군가는 매번 내 마음에 작은 상처를 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졌다.
누구를 믿을지, 어떻게 믿을지.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결국 사람을 선택해야 했다.
"우린 할 수 있다!" "우린 할 수 있어!!!!"
사실 나도 불안했다. 하지만 믿어야 했다. 이 순간을 지나야만 더 나은 우리가 될 거라는 걸.
모기약, 세탁세제, 초콜릿, 와이퍼, 전동드릴, 막걸리, 수입맥주, 위스키, 화장품, 샴푸, 비누, 아이스티, 수입화장품, 소시지, 랩, 바나나, 김치, 치약칫솔, 건어물, 생파인애플, 커피등등
내가 30년동안 고객과 현장에서 소통하며 판매한 제품의 카테고리들이다.
그땐 왜 그렇게 일 욕심이 많았을까. 아니, 욕심이라기보다 불안했다. 우리를 알아달라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아우성쳤다. 하루하루가 생존 게임이었다. 어떤 차별적으로 고객사에게 우리를 좀 더 어필하고 어떻게 해야 더 주목받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만큼 우리의 하루는 사투였다.
어디서 문제가 터질지 몰라 늘 긴장했고, 팀장이 전화를 잠깐 받지 않아도 혹시 힘들다고 잠수를 탄 건 아닌가 걱정했다. '이런 일을 대체 언제까지 해야 하나?' '언제까지 이렇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버텨야 하나?' '모두가 힘들다 말하는 일에 나는 언제까지 책임지고 앞장서야 하나?' 그 불안을 마주하고, 똑바로 쳐다보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때의 나는 그 하루하루가 너무 힘겨워 자고 난 후 눈뜨면 몇 달이 훌쩍 지나있음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날의 사투들은 우리가 포기하지 않았던 증거였고, 울지 않고 버텨낸 밤들이 결국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생존이라는 단어로 버텼지만, 사실은 '신뢰'였다.
사람을 믿고, 하루를 견디고, 내일을 그려내던 그 시간이 있었기에,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
나는 이제 안다. 그 모든 날들이 우리를 성장시키는 선물이었음을.
그렇게 우리는 살아냈고,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