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olo Sep 17. 2020

당신의 봄은 언제인가요?

영화 봄의 잔상과 봄에 대하여

'여름 끝에 찾아온 봄'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당연하다 듯이  떠올리곤 하는 나에게 

여름 끝에 찾아온 봄은 묘한 어색함을 건네주었다.  

왜? 여름 끝에 봄이 오는 걸까 모든 것들이 사그라들고 

새로 시작하게 되는, 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은 겨울을 지나고라는 말이 있기에 

봄이 지닐 수 있는 것일 텐데 누구나 이런 당연함을 의심치 않게 되어간다.

그런 겨울이 지나고 또 저런 겨울이 지나

또 이렇게 새로운 봄이 왔구나란 생각에 

그렇게 우리는 지난해 들을 보내왔고

그렇게 우리는 지난해 들을 지난하게 느끼며

그렇게 우리는 지난 것들은 지난해에 묻으며

또 이렇게 겨울이 오는구나란 건조한 한마디를 입안에 머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여름 끝에 찾아온 봄은 신선했다.

드디어 가을이구나 를 몸소 느낄 때,  한 여름날의 일들이 온몸을 휘감으며

꿈 이란 한 단어에 오롯이 담기며 아쉬움을 깊이깊이 뿜어내듯,

봄이란 온 듯 오지 않은 듯 몸으로 느껴갈 때쯤 여름이 어느새 다가오듯

우리의 삶이 그런 것이 아닐까 청춘이 청춘 인지도 모른 채 

젊음이 진짜 젊음인지를 느끼지 못한 채 말이다.


항상 계절의 끝에서, 계절이 바뀜의 순간에 들어선 것은 왜일까?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은 역시나 인생이 끝나가는 그 순간에서나

토해낼 수 있는 말이었음을 이제야 느낀다.

짧은 듯했던 그 예술이 결코 짧지 않음을 변화의 순간에서만 느낄 수 있다.

둘일 때는 하나일 때를 잊곤 한다. 하나일 때는 둘을 잊곤 한다.

그렇게 하나는 둘이 되고, 둘은 하나가 된다.

삶이란 그런 덧없음을 끊임없이 덧이어 나감은 아닐까. 

여름이 끝나 가는 이 순간에 서서 가을을 기대하기에 앞서  지나간 봄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건

봄을 보아서인 걸까?.


영화를 본 나는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봄은 언제인가요?'

2016년의 여름, 그리고 봄은

나의 봄이었을지도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 지나간 시간, 지나간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