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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olo Sep 11. 2020

지나간 시간, 지나간 사람

지나가버린 사람에게

 맑은 하늘과 청량감 있는 공기를 느끼며  드는 생각

생각나지 않는다 해서 잊혀진 건 아니다 그냥 생각하지 않을 뿐

잊는다는 것은 지속하지 않음일 테고, 이는 곧 단절이다

단절된 시간 속에는 사람이 있었고 언제나처럼 뜻하지 않은 순간에 불현듯 튀어 오른다.


 단절을 일으킨 시점에 일던 심적 변화는 당연하다듯이 최악의 경우의 수에 다가섰지만,

이미 스스로 내린 결단은 자존심이란 허울 아래 자리한다 마치 최악만은 피할 수 있었다는 듯 자위하며

 

 뜻하지 않게 떠오르는 지난 순간들을 굳이 외면할 필요는 없다

언젠가는 떠올리려고 온갖 노력을 해도 떠오르지 않는 시간이 오고 말 테니

시간이 지나더라도 객관적인 태도와 시각을 견지할 수는 없다

이미 주관적인 해석과 해설로 가득 찬 시간이기에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져만 간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질 꺼란 어른들의 말은 그냥 하는 말이었나

 

 남이란 한 글자에 점 하나를 빼 님이 되고 싶었다

근데 님이란 글자에 점 하나 붙는 건 더 간단하더라

뒤돌아본 시간에는 남들만 있었다 남이기에 나는 자주 돌아보지 않나 보다

남이니까.


 오롯이 남은 건 지난 시간이 있었다는 것 나는 그 시간을 기억한다는 것.  

결국 나 이외에 다른 모든 것은 그대로였나 보다.

지금 이 순간에 문득 떠오른 하나  

그런 시간이 있었음에 감사하는 것


이런 끄적임 또한 그러한 시간 덕분이지 않나


같이 왔던 길을 혼자 걷는 기분은 묘하다.

혼자 걷던 길을 같이 걷는 것과는 다르게

그 길을 혼자 걷고 또 걷는 기분은 굉장히 묘하다.

그래서인지 이 길은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Minkel 2, 41472 Neuss, Museum Insel Hombroich,  Ger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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