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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olo Oct 04. 2020

혼자서 첫 여행을 떠난다는 것

독일에서의 첫 느낌과 첫 내음  (1)

 아시아인으로서(?) 아시아는 꽤나 낯설지 않았던 내게

유럽과 독일은 굉장히 낯설었다 나와 유럽 사이에는 피상적으로 나마도 채워질 게 없었기에,

내 몸이 기억하고 있는 느낌은 막연함 설렘보다는 긍정적인 두려움이었다.

(텍스트로 전달하기 어렵지만 몸속이 간질간질한 듯하지만 그렇다고 불쾌하진 않은 그런 느낌이랄까.)



 첫 교환 학생을 베를린으로 떠난 다는 것조차 낯선 인상을 주기엔 충분했다. '12월의 베를린'은 그런 낯선 인상에 낯섦을 더했을 테다. 도대체 그 겨울에 무엇을 배우고 하러 떠나느냐고 말이다. 떠날 예정이던 나조차 떠난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은 것은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과 반응을 느꼈기 때문이었을 테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포기 하지만 않는다면' 그 여정의 출발은 자연스럽게 찾아오게 된다.


 

2016년 12월 31일 인천 공항으로 향하던 KTX는 꽤나 심심했다. 여행의 기대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기차 속에서 내 눈에 담긴 풍광은 나의 첫 유럽 수학이 가져다주는 기대감과는 다르게 고요했고 차분했다. 나는 타인을 바라보는 것을 즐긴다. 그런 내게 기차는 고요함 속에서 들려오는 덜컹덜컹하는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인상 깊었다. 항상 같은 듯 아닌 듯 하지만 큰 창밖을 통해 보이는 풍광은 분명했던 겨울로 기억된다.



 지루한 출입국 수속 등을 마치고 탑승장으로 이동하면서 눈에 들어온 것은 단연코 '사람들'이다. 각각의 이유로 지금 이 순간에, 모두가 공항에 있는 것이겠지만 대체로 즐거워 보인다. 쇼핑을 해서일지도 모르고, 여행을 떠나서 인지는 내가 알 수 없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것은 설렘이 느껴지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Frankfurt 행 게이트로 향하는 내 발은 가볍기보단 아쉽기만 하다. 내가 떠나는 이유를 잊은 것처럼.


너무 멀어서 찍어 본 것..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은 고통이었다. 세상은 넓고 고통은 많다 라고 내 몸이 외치는 듯했다. 움직일 수 없는 답답함, 신문과 책으로 시간을 때 울 요량이었지만 어둠 속에서 두 눈의 뻑뻑함만 더해갔다. 자고 일어나도 크게 줄어있지 않은 도착 소요 시간을 바라보다가도, 공부하러 가시냐 필요한 건 없으시냐고 물어보시던 중년의 남자 사무장님의 친절함으로 나는 내면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었다. 어머니가 챙겨주신 초콜릿과 귤이 친절함에 보답이 됐을 진 모르겠지만, "공부 열심히 하세요 와 건강한 여행 하세요"라는 말을 별 것 아닌 나의 초콜릿을 함께 드신 직원 분들께 들은 것만으로도 나의 독일행 여정이 특별한 듯 느껴졌고, 긍정적인 두려움이 아니라 설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주 기분 좋은 설렘 말이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감사 인사 후, 나는 짐을 찾으러 향했다. 정적이던 시간이 동적으로 변했다. 피곤한 모습들의 탑승객들은 각자의 짐을 찾은 후 쏜살 같이 흩어졌다. 그때까지 귓가에 울리던 한국어도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자, 한 가지가 분명해졌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혼자'라는 것.  3개월 채 있지 않을 시간 동안 무슨 라면과 참치를 그리 싸갔던지, 나는 무거운 캐리어와 두 손의 짐을 들고 낑낑거리며 '혼자'를 곧장 느낄 수밖에 없었다.


새해를 비행기에서 맞이하며!

 

31일 오후에 비행기에 탑승했지만 1월 1일을 비행기에 맞이 한 후 나는 31일에 저녁을 다시 맞이했다. 이는 정말로 낭만적인 생각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Frankfurt 중앙역으로 향하는 기차를 기다리는 플랫폼에서 정말이지 너무나 추웠다. 그리고 혹여나 기차를 잘못 타는 게 아닌지 그 추운 날씨에 얼마나 식은땀을 흘렸는지 모른다. 그렇게 나는 짐들을 들고 한참을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렸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곳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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