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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부지 Jun 29. 2022

걸을까? 말까?

루틴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

할까? 말까? 할 때는 하라.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마라.


명확하다.


걸을까? 말까?


반면 이것은 너무나 고민스러웠다.




루틴: 특정한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일련의 명령. 프로그램의 일부 혹은 전부를 이르는 경우에 쓴다.

요즘 자주 듣는 말이다. 루틴을 만들어라. 사전적 의미와는 조금 다르게 습관을 생활화하라는 의미로 쓰인다.



연아느님의 말씀과 같이, 생각을 필요로 하지 않는 . 그냥 하는 . 그것이 바로 루틴인 것이다.


루틴은 사람으로 하여금 쓸데없는 의사 결정으로 인한 에너지 낭비를 줄여 준다. 그것이 습관을 생활화하는 이유일 것이다.




나는 체력에 제법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더 젊었을  일이다.


새벽 3-4시까지 술을 마셔도 다음날 8시면 멀쩡하게 출근해서 야근까지 소화해   다시 술을 마시러   있었다.

겨울에는 평일에도 근처 스키장으로 보드를 타러 다녔으며 새벽에 복귀하고도 다음날 일과에 지장이 없었다.

그만큼 체력 하나는 자신 있었다.


한동안 스노보드에 빠져   저녁마다 다음날 체력을 당겨 쓰겠노라 하며 마셔댔던 레드불 탓일까, 나는 남은 여생의 체력을 모두 당겨   마냥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육아를 하며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그래서 회사 점심시간에 일명 ‘생활 다이어터들의 30걷기 모임에 합류하기로 했다. 그들에게는 다이어트, 나에게는 체력을 기르자는 의미다.


4월부터 합류하여  2달간 빠지지 않고 걸었고, 어느덧  걷기 운동이 루틴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니 나는 이미 루틴이 되었노라 믿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일말의 고민 없이 운동화로 갈아 신고 있었으니까.


그러던 도중 장마라는 변수가 찾아왔다.




루틴을 만들기 위해 2달을 노력을 지만 1주일이 채 안 되는 장마 기간이 지나가자 루틴이 무너져있었.


걸어? 말어?


어제까지 비가 와서 걷지 았는데 비가 오지 않는 오늘, 고민이 되었다. 걸을까 말까.


1주일도 안 쉬었는데 이런 고민이 드는 것을 보니 아직 루틴이 되지 않은 것일까. 11시부터 시작된 고민은 30분을 이어갔다.


사람이란 나약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30분을 걷지 않을 핑곗거리를 찾았다.


오늘 함께 걸을 사람이 없는데?

곧 비가 오지 않을까?

기왕 쉰 거 이번 주 다 쉴까?

날씨가 29도인데 너무 더운 것 아니야?


30분 고민을 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걷자, 루틴을 지키자


루틴을 만들기 위해 2달을 노력하지 않았는가.


12시가 되어 운동화로 갈아 신고 출발을 했다. 흐린 날씨의 구름 덕에 햇빛은 없었고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순간 30분을 고민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처음 걷기 시작했을 때의 다짐이 떠올랐다.


출근을 하는 날, 비가 오지 않으면 걷자.


그 다짐이 무너질 뻔한 순간이었다.


걷기 운동을 하고 자리에 왔을 때 땀은 제법 흘렸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그리고 작은 목표를 달성했다는 뿌듯함도 느껴졌다. 30분의 고민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할까? 말까? 할 때는 하고,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말 듯,

앞으로는 걸을까? 말까? 할 때는 걷는 것으로 정했다.


그것이 진짜 루틴이 아닐까.


#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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