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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부지 Jul 04. 2022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

살기 위해 먹는 것이지, 먹기 위해 살진 않아

진짜 어른이 되어버린  같다. 혼밥을 자연스레   있어졌다. 자연스러움을 넘어서 이제는  분위기를 즐길  있게 되었다.


누군가에겐 이 글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혼밥 그게 뭐라고 그게 뭐 대수라고.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


내게는 굉장히 특별한 의미다.


나는 먹는 것에서 큰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내게 있어서 식사란 생존의 의미가 강하지 즐거움과는 거리가 조금 있다. 즉, 살기 위해 먹는 것이지 먹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것 아니야?

물론 고되었던 하루 일을 정리하며 잘 차려진 한 끼를 먹는다는 것은 굉장히 행복한 일이다. 나에게도 이러한 한 끼가 즐거운 날이 있다. 일반적인 일상에서는 그냥 살기 위해 먹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이런 성향이 어찌 보면 축복인지, 나는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살이 쪄서 고민을 했던 적은 없다.




군대를 갔다 오면서부터 기나긴 자취와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끼니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끼니를 놓쳤다기보다는 일부로 먹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주변에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와 함께 있으면 때가 되면 끼니를 챙긴다. 그런데 혼자 있는 시간에는 꼭 때를 맞추지 않는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지 시간이 되었다고 꼭 밥을 먹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점점 늘어났다. 굳이 먹고 싶지 않았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약속이 없는 주말에 기숙사에 혼자 있으면 하루에 한 끼를 먹을까 말까 한 날이 더 많았었다.


때로는 귀찮아서,

때로는 밖에 나가기가 싫어서,

때로는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싫어서,

때로는 배가 고프지 않아서,

때로는 그냥 먹기 싫어서,


온갖 핑계를 갖다 붙이면서 끼니를 걸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많은 경우에 그냥 혼자 먹기가 싫었다.


하루 한 끼 먹는 것도 기숙사의 식당을 이용하거나 편의점에서 컵라면 정도 사다 먹는 것이 전부였다. 때를 맞춰 먹지 않으니 기숙사 식당 시간을 못 맞출 때도 많았다. 제대로 차려 먹지도 않았다.


먹는 것이 크게 즐겁지 않은 내가 식당에 혼자 가서 밥을 사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게는 혼자 식당에 가서 밥을 사 먹는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인생에는 큰 변화의 순간들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런 나에게 혼밥을 가능하게 하는 상황이, 그리고 그 변화가 생겼다.


나는 회사 생활을 하며 대학원 석사 과정을 병행했다. 주 2일은 학교를 가고 주 3일은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 출근하는 날은 상황에 맞춰 규칙적으로 끼니를 챙겼지만 학교를 가는 날이 문제였다.


나에게 2일은 회사에서 허락된 학교에 가는 날이었기에 이 2일은 반드시 회사에 가지 않았다. 절대로. (수업이 없어도 회사는 안 갔다).


다만 그러다 보니 주말이고 퇴근 후고 시간에 관계없이 일을 해야만 했다. 회사에 가지 않는 날은 규칙적인 식사가 불가능했다. 회사 근처에 위치한 기숙사 덕에 회사 점심시간에는 근처 식당에서 제때 밥을 먹지 못했다 (걸릴까 봐).


이런 생활이 지속되면서, 그리고 본격적으로 논문을 쓰기 시작하면서, 식사 시간을 맞추는 것이 점점 힘들어졌다.


사실 식사 시간을 지키는 것에 큰 의미는 두지 않았지만, 식사 시간에 배가 고플 때가 많았다. 아무래도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식사 시간이 일정해지기 때문이다.


특히나 나는 한 가지 일에 몰입하면, 밥을 먹기 위해 그 일을 중간에 멈추는 일은 잘 없는 성격이다.


기숙사 독서실에서 시험공부를 하던 어느 날, 뭔가 모를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울컥했다. 배가 고프니 울컥했던 것 같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이런 생각을 살면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가져본 것 같다. 이런 말이 생긴 이유를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뭔가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도 제대로 된 한 상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그래서 내 최애 메뉴인 돼지국밥을 먹으러 가기 위해 혼자 나섰다.


혼자서 찾아간 식당은 나쁘지 않았다. 늦은 밤이라 사람도 별로 없었고 온전히 혼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돼지 국밥에 고기를 하나 건져 안주를 준비하고, 소주를 한잔 탁 털어 넣었다. 오늘 받았던 스트레스와 피로가 풀려나가는 느낌이었다. 휴대폰도 보지 않고 가게에 틀어져 있는 티브이도 보지 않고 혼자서 깊은 생각에 잠긴 채, 그렇게 국밥과 소주를 즐겼다.


나쁘지 않았다. 항상 누군가와 같이 식사를 쫓기듯 했는데, 그날은 1시간을 넘게 혼자서 국밥을 먹었다. 제대로 된 혼밥이란 것을 처음 한 것 같았다.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등에서 혼자 먹은 적은 물론 많았지만.)


오롯이 나의 속도에 맞추어 식사를 즐겼다. 주변의 시선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 사실 혼밥을 하든 말든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런 시선이 혼밥의 큰 걸림돌이 되곤 했었다.


그 날의 사진은 아니지만 종종 혼밥을 즐기는 돼지국밥


그 후로 나는 혼밥을 즐겼다. 단, 혼밥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사람이 붐비는 시간은 피한다. 가게 입장에서도 붐비는 시간에 혼자서 한 테이블을 떡하니 차지하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본다면 결코 반갑지 않을 것이다.


혼자서 갈 수 있는 식당의 종류도 점점 늘어났다. 국밥을 시작으로 중국집, 삼겹살 집 등 웬만하면 혼자서 먹을 수 있어졌다. 패스트푸드점과 같은 초보들의 혼밥 장소는 당연히 혼자 갈 수 있고, 원래도 갈 수 있었던 곳이기도 하고.




대학원 생활 말미에 전 여친을 만났다 (a.k.a 현 와이프). 와이프는 내가 기숙사 독거노인이라며 항상 내 식사 여부를 물어봐줬다. 밥은 먹었는지, 혼자 먹진 않는지, 항상 걱정해 주었다. 학교에 갔다 늦게 기숙사에 오는 날이면, 30분 거리를 달려와서 함께 밥을 먹어주곤 했다.


그게 우리가 식구가 된 이유일지도 모른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이제는 혼자서 밥을 먹는 경우는 잘 없다. 밥을 함께 먹는 것, 그것이 식구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야근을 하던가 일이 생기면 가끔은 혼자서 밥을 먹는 일이 생긴다.


그런 날이면 나는 항상 돼지 국밥에 소주를 먹는다. 그때의 기억을 떠 올리면서. 혼자서 먹는 밥을 즐기던 시절의 기억.


지금 생각해보니 나쁘지만은 않았던 기억이다. 언제나 아이와 함께 밥을 먹으며 밥을 마시는지 먹는지 모르는 요즈음에는 더 이때의 생각이 난다.


가끔씩은 혼자서 밥을 먹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내 속도에 맞춰서.


나의 혼밥은 이렇게 멋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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