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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부지 May 16. 2023

싫어도 해야지

줄 서기 너무 싫어

어린 시절부터 내가 유독 싫어한 것이 하나 있다.


줄 서기


어디를 가든 줄을 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괜히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공간에 가면 숨이 막히고, 정신이 혼란해진다. 어떤 질병이라고 느껴질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초조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결혼 전 아내는 사람 많은 곳을 즐기는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리도 클럽을 다녔나 보다. 어쩔 수 없이 사람이 많은 공간에 가면 아내는 항상 나를 더욱 챙겼다. 내 모습이 그리 편해 보이지는 않았나 보다.


당연히 데이트를 하더라도 우리 커플은 맛집을 가지는 못했다. 한 번씩 동일한 메뉴로 특화된 거리가 있다. 그리고 어디를 가나 유독 사람이 많이 몰리는 가게가 보인다. 무엇인가 특징이 있는 맛집.


우리 커플은 어쩔 수 없이 주변의 조용한 집에 가야만 했다. 사람이 많은 것도 싫었지만 더 싫은 것은 ‘줄 서기’였다.


뼛속까지 공대생인 내 머릿속은 언제나 계산을 한다. 2시간을 줄을 서야 하는데 내게 돌아오는 보상이 겨우 맛집이라고?라는 생각이 들기에 줄을 설 이유가 없어진다. 어떻게든 아내를 설득해서 줄을 서지 않는 집을 찾아갔다.




직장인이자 육아로 시달리는 내가 그나마 늦잠을 잘 수 있는 날은 주말이다. 비가 오는 고요한 토요일 아침, 강한 진동이 베개 밑에서 울리기 시작한다.


a.m. 7:30


부랴부랴 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간단히 빵 한 조각을 입에 물고 집을 나선다.


발길이 향한 곳은 바로 소아과다.


대한민국 출산율 0.78, OECD 선진국 중 가장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는 곳이 바로 소아과다. 8시 남짓해서 도착한 소아과에는 이미 20여 명이 줄을 서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누가 아이를 낳고 싶겠는가?


나 또한 줄을 서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소아과를 찾았다. 줄 서기를 그렇게 싫어하는 내가 딸의 고열에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저녁부터 오르기 시작한 열은 39도를 넘나들었고, 2시간마다 열을 체크하고 해열제를 먹고 겨우 겨우 잠이 드는 딸내미를 보고 있으니 가슴이 아프다.


아이가 아플 때는 항상 대신 아파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마음이 게으른 아비를 아침부터 소아과에 줄을 서게 만들었다.


1시간이 넘게 줄을 선 이후, 9시가 되어서야 굳건히 잠겨 있던 소아과의 문이 열렸다. 그제야 겨우 접수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접수를 했음에도 10시가 넘어서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고열에 진이 빠진 딸내미를 바라보며 다짐해 본다.


아빠가 다음에는 30분 더 일찍 줄 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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