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내 삶에 달리기를 더한 이유

by 윤아부지
40대가 되어 돌아본 나의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누구나 자신의 미래 모습을 한번쯤은 상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미래의 자신의 외형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고. 그러나 여기에는 크나큰 함정이 있으니,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그 연령대의 사람들의 모습이 아닌 티브이나 SNS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의 모습이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나 또한 다를 바 없었다. ‘꽃 중년’ 혹은 멋진 중년의 남성의 모습에 비추어 나의 40대 모습을 상상하곤 했었다. 권상우나 차승원 같은 사람 말이지. 하지만 대통령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서 도와줘도 더 이상 30대임을 이야기할 수 없는 만 40대의 나이가 되어 돌아본 나의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꽃중년의 모습과는 제법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다.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문제의 근원은 바로 중력이었다.라고, 중력 탓을 해보기로 한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그 순간부터, 아니 어머니의 뱃속에 잉태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1초도 나를 놓지 않고 당기는 힘이 있다면, 중력이 유일할 것이다. 이 중력이라는 친구는 당연히 우리의 몸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는데, 내 신체 또한 중력의 힘을 벗어날 수 없었다.


첫 번째 영향은, 안타깝게도 탈모다.


그나마 20대 후반부터 대머리의 운명을 벗어날 수 없음을 직감했기에, 의학의 힘을 빌리고 있다. 외할아버지는 완전한 대머리에, 아버지 또한 머리숱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니, 당연히 나의 미래는 대머리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었기에 ‘빠지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시점부터 탈모약을 복용하고 있다. 중력의 힘을 거역하지 못하고 자유낙하의 의지를 뿜고 있는 머리카락을 그나마 의학의 힘으로 잡으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다만 머리카락에 힘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탈모약을 개발한다면 그 사람은 노벨 의학상, 아니 평화상을 받을 것이다. 전 세계에는 그만큼 많은 탈모인들이 있다. 아마도 중력 때문이 아닐까?


두 번째 영향은, 체력이다.


40년간 중력이라는 친구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으니, 체력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쉽게 상상하는 노인들의 구부러진 허리의 모습도 결국은 중력과의 줄다리기의 결과가 아닐까. 30대 후반이 되어서 아이라는 행복이 우리 부부에게 찾아왔고 이때부터 처음으로 체력이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매일 밤을 새워 마시고 놀아도 끄떡없었던 체력이었기에, 새벽 수유 또한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체력이 받쳐주지 않았다. 20대 때 멋도 모르고 아이를 낳아 키운 친구들이 지금 나를 보며 비웃을 수 있는 것은, 그들에게는 그만큼의 체력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영향이 바로 뱃살이다.


20대부터 음주를 좋아했던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마셔라 부어라를 하며 살고 있는데, 사실상 20대에는 이렇게 살아도 신체의 변화에는 큰 체감이 없었다. 신이 내린 체질이라 불리는 ‘살 안 찌는 체질‘인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밤늦게까지 마셔대도 살이 잘 찌지 않았다. 뱃살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뱃살 역시 40년간 중력의 힘을 받고 있으니, 처지기 시작했고, 여기저기로 갈빗대를 벗어나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사실상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부분은 바로 뱃살이다.


사실 이 뱃살이라는 친구가 하루아침에 삐죽하고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니다. 30대부터 조금씩 조금씩, 말 그대로 시나브로 쌓여온 것이지. 그리고 어느 정도뱃살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에는 애써 외면하며 살아온 탓이겠지. 세월에 걸쳐 쌓여온 뱃살이니 하루아침에 뱃살이 사라진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40대를 앞둔 언젠가부터 아내에게 항상 입버릇처럼 해 온 말이 있으니, “좀 뛰어야 하는데”라는 말이다. 어디서 생긴 믿음 혹은 상식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서 지방을 태우기 위해서는 이를 직접적으로 흔들어줘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헬스장에서 몸을 풀기 위해 벨트를 착용하고 전원을 켜면 덜덜덜 거리며 흔들어주는 기계를 뱃살에 대는 것만으로도 지방이 연소하며 뱃살이 빠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았던 것이다. 그것이 내가 40대가 된 내 몸을 바라보며, 좀 뛰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결정적인 계기다.


그럼에도 뛰지 않았다. 뛰어야 하는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체력과 뱃살 두 가지이다. 하지만 뛰지 않을 이유는 아주 많다. 그렇기에 몸이 그리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달리기를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던 25년 8월의 어느 이른 새벽, 불현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러닝화를 들고 달리러 나가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고, 내 삶에 달리기가 들어와 자리 잡게 되었다.


달리기는 우리 삶과도 참 많은 부분 닮아있는 것 같다. 달리며 들었던 이런저런 생각을 우리 삶과 엮어 이야기를 풀어나가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시작해 본다.


달리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