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상한 병이 하나 있다. 바로 '씨발아병' 이다. 욕 아니다. 이는 식물의 씨를 발아시키는 아주 조용하고 경건하고 아름다운 행동이다. 가족들과 함께 과일 등을 먹을 때면 나는 늘 이런 생각에 빠져들곤 했다.
이 친구는 씨가 있을까?
씨가 있다면 혹시 싹을 틔울 수 있을까?
싹이 나면 잎이 나고 줄기가 생기고
꽃이 피고 결국 과일도 열릴까?
애플망고를 만나다
우리 집식구들은 망고를 너무 좋아한다. 물론 나도 좋아한다. 특히, 망고 중에 애플망고는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이는 상큼한 사과향과 달달한 망고가 천상의 비율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망고를 빠르게 해치우고 나면, 가운데 커다란 생선가시처럼 생긴 물건(?)을 볼 수 있다. 징그럽게 생기기도 했고, 너무 커다랗게 생겨서 이게 뭐지? 궁금했었는데 알고 보니 애플망고의 씨였다.
나는 씨를 보자마자, 나의 특유의 고유의 미친 '씨발아병'이 발동되었다. 말릴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반응했다. 머릿속에는 연두색의 아주 작은 새싹이 빼꼼히 태어나고 있었고 나의 육중한 몸매(?)는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씨발아 방법 열공하다
사실, 씨발아 방법은 너무도 다양하다. 씨의 종류와 시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나는 몇 년 전에 수많은 실패를 했었다. 먹고 남은 사과씨, 채리씨, 아보카도, 망고, 상추, 당근, 호박 등등등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다. 대부분 실패했었다. 하지만 망고의 경우에는 그나마 쉬운 편이었다. 5개 정도 시도하면 1개 정도 발아에 성공할 정도였다. 자세한 망고 씨발아 방법은 다음번 포스팅에 하고 오늘은 5개 씨앗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기특한 이 아이에 대해서 말하려 한다.
척박한 환경에서 불굴의 의지로 살아난 애플망고의 씨를 볼 때마다 나는 경이로운 생각에 빠져든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기특한 애플망고를 보며 '오늘도 감사하다고 속삭인다' '너를 만난 건 행운이야' 라고...
애플망고가 열매가 열리는 그날까지 잘 키워보리라. 너무나 많이 열리면 어쩌나?라는 쓸데없는 상상도 해본다. 자꾸 물고기들이 시샘을 한다. 자기 이야기는 이제 안 쓰냐고? 물고기 이야기를 더 써야 하는데 자꾸 식물에게 눈길이 가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이제 곧 꽃 피는 봄이 오기 때문인 것 같다. 살랑 살랑 봄바람 ~ 꽃향기가 그리워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