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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물꼬기 Feb 25. 2024

24년 마지막 눈사람


   아침에 느낌이 이상했다. 이상하게도 밝은 기운이 창밖에서부터 느껴졌다. 무슨 일일까?  잠이 덜 깬 상태로 거실로 갔다. 창 너머를 바라본 순간 미쳤다! 그곳엔  겨. 울. 왕. 국. 이 펼쳐져 있었다.  엘사 공주가 Let it go ~ 노래를 부르며 나올 것 만 같았다 ~


 

  이게 무슨 일이람 ~ 꽃 피는 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함박눈이라니, 좋기도 했지만 봄을 기다리는 맘에 싫기도 했고 좋은데 싫은 이상한 감정에 행복했다.


   출근하여 우연히 걸어가다 담벼락 나무 기둥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을 발견했다. 어떻게 이렇게 같은 모양으로  자연의 시간을 견디고 있었을까? 궁금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갓 구워낸 소금 빵처럼 생긴 눈뭉치들을 하나 둘 세며 천천히 걸어갔다.

 


   조금 걷다가 이 수많은  담벼락 기둥 위에 우뚝 허니 서 있는 두 개의 눈사람을 발견했다. 신기했다. 웃고 있었다.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눈인사를 해오는 게 아닌가?   '누가 눈사람을 만들었을까? 이 높은 곳까지 어떻게 만들었을까? 왜 눈사람을 만들었을까? 어떤 마음을 가진 사람일까? '

   나는 이날의 생각을 기억하기 위해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밀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당시의 느낌을 회상하며  빠르게 적어두었다.


제목 : 눈사람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한 눈사람

누가 만들었을까?

눈사람을 보자마자

만들고 있는 그 사람의

마음이 느껴졌다


올해 마지막

눈사람일 거라 생각해

눈인사를 건넸다



   눈사람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은 분명 다정할 것이다. 그 다정함 때문에 눈이 녹을 것이다. 그걸 알고 있는 그 사람이 황급히 눈사람을 만드는 모습이 떠올랐다.  눈사람의 몸통을 조금 크게 만들기 위해 눈 뭉치를 더 많이 뭉쳤고, 얼굴을 만들기 위해 조금 작게 뭉쳤다. 마지막으로 조심스레 얼굴과 몸을 두 손으로 살짝 누르며 완성시켰으리라 ~  손이 시려 호호 입김을 손에 불며,  자신이 만든 눈사람을 천천히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을 것이다.


누군가 눈사람을 보며 간절한 마음을 알아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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