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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물꼬기 May 12. 2023

여보 나 달라진 거 없어?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말에 관한 이야기다.


어제 밤이었다.

변함 없이 돈 벌기 위해 출근 후 퇴근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왔다.

갑자기 와이프가 내 앞에 뛰어오며 상기된 목소리로 물어봤다.


"여보 나 달라진 거 없어?"


갑자기?

잘 말해야 한다. 잘 못 말했다가는 삶이 고달파진다.


"음.. 글쎄... 음... "  


난 빠르게 와이프의 모습을 스캔했다. 머리, 얼굴, 옷, 가방, 액세서리, 눈썹, 팔, 체형 등등등... 아 도저히 모르겠다.... 어쩐다....


갑자기 예전에 와이프가 눈썹 문신했는데 달라진 거 없냐고 물어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에도 눈치 못 채서... 관심이 없다고 실망했었는데.... 아... 난 아직도 눈썹 문신을 왜 하는지, 일반 눈썹과 뭐가 다른지 모르고 있다.  그저 그냥 이쁘다고 말하고 있다...


분명 외모에 관한 것인데... 혹시 살 빠졌나?  혹시 또 눈썹 문신했나? 눈썹과 체형을 꼼꼼히 스캔해도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없어... 없다고....


아 왜 나에게 이런 어려운 질문을 하는가?

배고프다. 벌써 저녁 8시가 훌쩍 넘어가고 있다...

배고파서 그냥 모른다고 했다...


와이프는 실망한 눈초리로 방으로 휙 하고 들어갔다.

"미안, 알려줘 ~ 응? 배고파 ..."


정답은... 앞머리가 달라졌다는 것...

미친다.


앞머리가 도대체 머가 달라졌다는 건가? 물어보니

갑자기 앞머리를 만지며 머리를 띄어(?) 냈다.

엥? 분리가 된다고?



요즘 초등학교 여학우(?) 사이에 유행하는 붙임 머리였다.  딸아이가 외모에 신경을 쓰는 나이라 다이소에서 5천 원에 구입한 붙임 머리다.


유심히 살펴봐도 정말 모르겠다. 그 자리 태고적부터 자라온 머리라고 해도 모를 정도다.

이덕화 선배님 하이모보다 더 완성도가 있었다.


헤어 가질 결심 ㅋ, 헤어질 결심? 엄청난 패러디                                


난 와이프를 달래기 위해 작전에 돌입했다.

나도 한번 해보고 싶어.. 줘봐.. ~


붙임 머리가 그냥 붙는 방식이 아니라, 똑딱이를 기존 머리에 연결한 후 체결하는 방식이었다. 힘들게 머리를 붙이고 와이프님께


이쁘게 물어봤다. "나 어때? 이뻐?"


와이프는 오랜만에 킬킬 웃었다.

내가 그렇게 웃기냐? 하며 거울을 봤다.

70년대 촌스러운 머리.. ㅋ 내가 봐도 극혐이었다.

황정민 배우님의 돼지꼬리처럼 튀어나온 머리보다 더 최악이었다.  



다음번에 와이프님이  "여보 나 달라진 거 없어?"

라고 물어보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난 그 정답을 진심으로  알고 싶다...


혹시 저랑 비슷한 경험을 하신 이웃님들은 있으실까요? 있으시면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 하시는지 궁금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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